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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는 어디로 가고 있나

등록 2016-12-08 17:44수정 2016-12-08 21:21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2016 시즌 마지막 홈경기가 열린 10월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기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2016 시즌 마지막 홈경기가 열린 10월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기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K리그 수원 삼성의 서정원 감독은 2016 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한 뒤 “구단이 조금만 지원을 늘려줬으면 한다”며 작심한 듯 얘기했다. 그럴 만도 했다. 수원 삼성은 2014년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구단 운영 주체가 넘어가면서 해마다 예산을 줄여왔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제일기획 이관 전후로 해서 그룹에서 예산을 매해 30억~50억원씩 줄여가라는 통보가 왔다고 한다. 이전까지 전북 현대, 울산 현대와 함께 비슷한 수준이거나 거의 원톱으로 돈을 쓰던 구단이 이제는 연 150억원 정도밖에 못 쓴다. 한때 야구단에 맞먹는 300억~400억원을 쓰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축구단의 사정이 이러한데 올해부터 제일기획 우산 아래로 들어간 삼성 라이온즈의 상황이 다를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라이온즈는 2015년 선수단 운영비로만 423억원을 썼다. 2014년에는 398억원을 사용했고, 2013년, 2012년에는 대략 280억원이 선수단 운영비로 나갔다. 여기에 경기출전비나 경기진행비, 그리고 구단 프런트의 급여 등을 포함하면 2015년의 경우 구단 운영비가 500억원을 훌쩍 넘게 된다. 자유계약(FA) 선수 몸값의 폭등, 보유 외국인 선수 1명 증가가 원인으로 꼽히는데 한해 350억~400억원의 예산을 쓰는 다른 구단들을 고려하면 운영비로는 ‘원톱’이었다.

그러나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며 라이온즈 또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예산 문제 탓인지 선수 수급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했던 라이온즈는 지난해 3루수 박석민(NC)에 이어 올해 4번타자 최형우(KIA)를 놓쳤고, 마운드에서 마당쇠 역할을 했던 차우찬(해외 혹은 타 구단 이적 예정)까지 놓칠 판이다. 자유계약 시장에서 다른 구단들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불러 계약 당사자들마저 놀라게 했던 예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시장 규모에 맞지 않게 2004년 말 심정수에게 60억원을 안겨줬고, 2014년 불펜투수 대우로는 파격적인 65억원을 안지만에게 썼던 라이온즈 아니던가. 11년 만에 외부 에프에이(우규민·이원석)를 영입했으나 입맛이 쓴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라이온즈가 옛날처럼 에프에이 시장에서 선수들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도장을 찍게 만드는 ‘상상할 수 없는 액수’를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몸값이 비상식적인 선까지 뛰어오른 현재의 에프에이 시장은 더 요동쳤을지도 모른다.

사실 삼성이 올해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9위)을 낸 것은 예산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불운이 한꺼번에 닥쳤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 터진 해외원정 도박의 여진이 남아 있었고(사실 박석민에게 높은 몸값을 제시할 수 없던 것도 이런 분위기가 한몫했다), 팀 전력의 40%를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가 거짓말처럼 모두 부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삼성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쓴 비용(310만달러)은 작년(215만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그나마 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이전하며 팀 성적 부진에도 관중 수입(104억7000만원·2015년 48억원)이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축구를 봐도, 야구를 봐도 1등주의를 고수하며 씀씀이가 컸던 삼성은 분명 변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스포츠 구단 운영의 길로 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자생력 갖춘 스포츠 구단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는 게 현실이다. 올해를 끝으로 사라진 실업축구 전통의 강자 울산 현대미포조선 축구단의 잔인한 운명을 다른 스포츠단이라고 비켜가리라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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