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양현종이 14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대표팀 이틀째 훈련에서 김인식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오키나와/연합뉴스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20일. 한국 대표팀의 마운드를 책임질 투수들은 ‘역대 최약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13일 전지훈련장인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해 누구보다 더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한국 대표팀 마운드의 선봉에 서게 될 장원준(32·두산 베어스)은 이날 우루마시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첫날 불펜 투구에 나섰다. 그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면 그에 보답하겠다. 내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야 불펜이 부담을 덜 수 있다”며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13 세계야구클래식 때 대만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 선발등판해 3⅔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던 기억이 있다. 장원준은 “그땐 나도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두산으로 팀을 옮긴 이후, 지난해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면서 점차 ‘큰 경기에 강한 대형 투수’로 거듭났다.
송진우 대표팀 코치가 이날 “오늘 불펜 투구 할 사람!”이라고 묻자 장원준은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장원준은 55개의 연습 투구를 했다. 선동열 코치는 “장원준이 정말 준비를 잘했다. 무엇보다 던지는 걸 즐기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양현종(29·기아 타이거즈)도 선 코치와 호흡을 맞췄다. 14일 이틀째 훈련에서 양현종은 57개의 불펜 피칭을 하면서 천천히 구위를 끌어올렸다. 선 코치는 기아(KIA) 감독을 맡은 2012~2014년 양현종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양현종은 천천히 발동이 걸리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는 준비를 빨리 했다. 걱정했는데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평가했다.
왼손 투수에 비해 오른손 선발자원이 부족한 한국 대표팀에 이대은(28·경찰야구단)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대은은 아직 연습 투구는 시작하지 않았다. 훈련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지난 9일 퇴소해 11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오는 17일 첫 불펜 투구에 나설 계획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이대은의 몸 상태가 좋다고 해도 훈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두르면 탈이 날 수 있다”며 “평가전 등판 여부도 천천히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은은 “세계야구클래식에서는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어느 경기에 어떤 상황에서 등판하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간계투로 나설 우규민(32·삼성 라이온즈) 역시 얼굴이 검게 탈 정도로 훈련에 열중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세계야구클래식에서는 연장전 승부치기 때 등판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타자와 상대하는 만큼 포수를 믿고 제대로 승부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7 세계야구클래식 A조에 속한 한국 대표팀은 예선 1라운드(라운드 로빈 방식)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는데, 3월6일 이스라엘, 7일 네덜란드, 9일 대만(이상 저녁 6시30분)과 차례로 격돌한다. 앞서 오는 25일과 26일(이상 오후 2시)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28일(저녁 6시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호주와 최종평가전을 한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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