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17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2017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회 투구를 하고 있다. 애리조나/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을 무난히 마친 류현진(30·LA 다저스)이 개막전 로스터 합류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류현진이 17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2017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247일 만의 등판이었던 지난 12일 엘에이(LA) 에인절스전에서는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이날 1실점이 다소 아쉽지만, 이닝을 늘려가면서 투구 수도 12일(26개)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53개의 공을 소화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류현진 자신도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투구를 마친 뒤 현지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느낌과 몸 상태는 괜찮다”면서 “투구 밸런스가 안 맞아서 볼이 많았다. 그 부분은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팔의 힘이나 몸 상태는 좋다. 무엇보다 투구 수와 이닝 수를 늘렸다”고 만족해하면서 “다음에 더 늘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인 목표도 밝혔다. 류현진은 “정규시즌 등판을 위해서 5∼6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도록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하겠다”면서 “개막전 로스터 진입도 느낌은 좋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1회 19개의 공을 던지며 삼진 2개, 피안타 2개로 1실점했다.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2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2개의 삼진을 뽑아냈고 3회초엔 선두타자에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병살 처리했다.
류현진은 3회말 타석에도 들어섰다. 애초 류현진은 3이닝 정도를 소화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을 3회말 타석에도 올려보냈다. 결과는 3구 삼진이었지만 류현진이 타석에 들어섰던 건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타자로 등장한 건, 지난해 7월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 이후 252일 만의 일이었다. 미국프로야구(MLB) 내셔널리그에서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다. 투수도 타석에 선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들은 보통 2타석 이상 타격 기회도 주어진다.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들이 타격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다.
2015년 5월 어깨 수술을 받고 긴 재활을 소화한 류현진은 그간 타격 훈련에 힘쓸 여유가 없었다. 정상적인 투구 자체가 지상 목표였다. 그러나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타격 훈련에도 참가했다.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이 시즌 초부터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타격까지 욕심낼 때는 아니지만 시범경기 선발로 등판해 예정했던 투구를 마친 뒤 타석에까지 들어선 것은 류현진에 대한 코칭 스태프의 기대감을 읽어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날 다저스는 3안타 빈타 속에 0-4로 패했다.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됐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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