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직선타구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가 열리고 있는 도쿄돔 부근엔 ‘2005~2006 프로야구 마스터스리그’ 포스터가 눈에 띈다. 은퇴 선수들이 4개팀으로 나눠 돔구장에서 겨울 내내 경기를 하는 것이다. 한국계 강타자 히로사와 가츠미, 유격수로 이름을 날린 ‘붕붕맨’ 이케야마 다카히로, ‘도끼 투구’로 유명했던 무라타 초오지 등 포스터의 사진들이 야구팬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야구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은 프로의 정규시즌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이벤트성 대회가 잇따른다. 지난 5일 삿포로돔에선 고시엔대회 출전 선수와 비출전 선수간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토 츠토무 감독과 오 사다하루(왕정치) 코치가 이끈 고시엔팀이 오치아이 히로미스 감독과 보비 발렌타인 코치가 이끈 비고시엔팀에 3-7로 졌다. 과거 고시엔대회에 출전했던 스타급 선수들이 그렇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패하는 모습이 야구팬들에겐 더 흥미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퍼시픽리그는 시즌이 끝난 뒤 동-서로 3팀씩 나눠 올스타전을 벌이는데, 지난 3일 시즈오카에서 열린 18번째 퍼시픽리그 올스타전에서 서군(소프트뱅크·세이부·오릭스)이 일본시리즈 우승의 롯데가 속한 동군(롯데·니혼햄·라쿠텐)을 9-8로 이겼다. 팬들이 야구를 즐겨할 만하다.
고교 출신지역별로 선수를 동군과 서군으로 나눠 치르는 동서대항전은 1999년부터 4년간 개최돼왔는데 경기마다 4만명 안팎의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다. 4차례 모두 1~2점차의 살얼음 승부가 펼쳐졌고 동·서군이 나란히 2승2패씩 나눠가졌다. 2003년엔 일본 대표팀과 프로야구 선발팀간 경기가 후쿠오카돔에서 열렸는데 역시 4만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해에는 프로야구 12개 구단을 동-서로 6팀씩 나눠 도쿄돔에서 경기를 하기도 했다.
이벤트성 야구경기가 이렇듯 많은 것은 흥행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아시리즈 역시 비디오와 피시게임업체인 코나미가 스폰서를 맡아 경기를 일본 전역에 생중계하고 있다. 입장료가 5천~1만엔으로 싸지 않지만 개막 전날까지 입장권 9만장이 팔려나갔다.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에도 야구를 즐기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도쿄/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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