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게 된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가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25명) 진입에 실패했다. 시범경기 맹활약을 고려할 때 뜻밖의 결정이다. 현지 언론도 구단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네소타는 3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포트 샬럿의 샬럿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탬파베이와 방문 경기에 앞서 박병호에게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통보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 대신 로비 그로스먼을 9번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1루수는 팀의 간판 조 마우어였다.
박병호는 포지션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팀의 불펜 강화 구상에 따라 전력에서 제외됐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은 메이저리그 공식 누리집 <엠엘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박병호는 스프링캠프에서 한결 완성된 모습을 보였다. 타석에서 안정감 있고 차분하게 공격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며 “지명타자 경쟁에서는 박병호가 이겼다. 그러나 우리는 8명의 구원 투수를 개막 엔트리에 넣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박병호를 개막 로스터에 넣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데릭 펄비 미네소타 야구 부문 사장도 “박병호는 포지션 경쟁에서 패하지 않았다”며 “불펜 투수 한 명을 더 넣는 게 유리하다고 봤다. 우리 팀 구성의 문제”라고 했다.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박병호와 케니스 바르가스도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어빈 산타나, 헥터 산티아고, 카일 깁슨, 필 휴즈, 아달베르토 메히아로 5선발을 구성한 미네소타는 선발진 불안을 불펜진 강화로 보완하려 한다. 불펜 투수 8명을 25인 로스터에 넣었고, 야수 1명을 줄였다. 결국 지명타자 요원 없이 외야수 백업 멤버인 로비 그로스먼에게 지명타자를 맡기기로 했다.
그럼에도 현지 언론은 구단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지역지 <스타 트리뷴>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박병호가 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에서 맞는다”고 전하며 “미네소타가 투수 13명을 개막 엔트리에 넣으면서 생긴 일이다. 놀라운 결정”이라고 논평했다. 이 기사를 쓴 라 빌레 닐 <스타 트리뷴> 기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스프링캠프 합류 직전 40인 로스터에 제외되며 마이너리그 신분이 된 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장타력과 정교함을 동시에 뽐냈다. 미국 언론은 박병호의 개막 로스터 진입을 “확정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병호는 30일까지 시범경기에 19차례에 나서 타율 0.353(51타수 18안타), 6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40타석 이상 들어선 미네소타 타자 중 타율, 홈런, 타점 모두 1위다. 포지션 경쟁자 케니 바르가스가 부상과 부진에 시달려 박병호의 빅리그 재입성은 매우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박병호 영입을 진두지휘한 테리 라이언 전 단장이 물러나면서 박병호의 팀 내 입지는 좁아졌다. 데릭 펄비 야구 부문 사장과 테드 레빈 단장은 2월 박병호의 40인 로스터 제외를 결정하더니, 시범경기 맹활약에도 박병호의 빅리그 복귀를 막았다. 박병호와 메이저리그 사이에 놓인 벽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박병호는 마음을 추스른 것으로 보인다. 닐 기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박병호가 ‘아쉬운 소식이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