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엘롯기’(LG·롯데·KIA)가 뜨고 있다. 엘지가 4년간 95억원을 주고 영입한 차우찬이 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역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연합뉴스
2017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엘롯기’가 뜨고 있다. 엘롯기는 엘지(LG)·롯데·기아(KIA)를 지칭하는 말이다. 엘지는 개막 후 팀 역대 최다인 4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롯데와 기아도 3승1패로 공동 2위다.
서울과 영남, 호남을 대표하는 세 구단은 유난히 공통점이 많다. 우선 프로야구 흥행을 책임지는 팀들이다. 세 팀이 역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동반 진출한 1995년,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5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대체적인 성적은 팬들의 기대를 따라주지 못했다. 롯데는 1992년, 엘지는 1994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기아는 해태 시절 밥 먹듯 정상에 올랐지만 기아로 간판을 바꿔 단 뒤에는 2009년 딱 한번 우승했다. 지난 20년간 현대-삼성-에스케이(SK)-두산이 ‘왕조’를 이어가는 동안 엘롯기는 이들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세 팀은 또 ‘희망고문’의 대명사다. 흥행의 기폭제이면서도 번번이 포스트시즌 문턱이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팬들은 낙담했다.
그러던 세 팀이 올해는 과감히 ‘지갑’을 열면서 달라졌다. 엘지는 왼손 투수 자유계약선수(FA) 역대 최고액인 4년간 95억원을 주고 차우찬을 영입했다. 두산의 막강 선발진 ‘판타스틱 4’에 맞서 엘지는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 류제국, 차우찬의 ‘어메이징 4’를 구축했다.
허프가 부상으로 개막전 합류가 불발됐지만 엘지 선발진은 개막 후 4경기에서 선발투수 소사, 류제국, 윤지웅, 차우찬이 나란히 1승씩을 챙겼다.
기아 역시 자유계약선수로 4년간 100억원에 거포 최형우를 영입하면서 나지완, 최형우, 김주찬, 이범호의 3~6번 중심 타선이 10개 팀 중 가장 막강하다. 최형우는 4경기에서 13타수 5안타(0.385) 4타점으로 이름값을 했다. 5안타 중 홈런 1개를 포함해 장타가 3개다.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가 4년간 150억원을 받고 복귀하면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4경기 5할(14타수 7안타) 타율에 2홈런 4타점을 생산 중이다. 4일 넥센과의 안방경기에선 2011년 9월22일 에스케이전 이후 2021일 만에 사직구장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팬들을 즐겁게 했다.
엘롯기의 산뜻한 출발은 프로야구 흥행에도 긍정적이다. 세 팀의 돌풍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져 사상 두번째로 동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사상 첫 900만을 넘어 ‘꿈의 1000만 관중’ 돌파도 기대된다.
한편, 5일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5경기는 비 때문에 모두 순연됐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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