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야구·MLB

‘야신’ 김성근 감독의 쓸쓸한 퇴장

등록 2017-05-23 15:49수정 2017-05-23 22:24

한화, 23일 KIA 홈경기 앞두고 전격 경질
75살 고령…‘지도자 48년’ 사실상 종지부
한화 이글스는 23일 기아(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김성근(75)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는 23일 기아(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김성근(75)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연합뉴스
‘야신’ 김성근(75) 감독은 48년간의 야구 사령탑 인생에서 세번 울었다고 했다. 첫번째 눈물은 1977년 가을, 당시 충암고 감독이던 그는 9회초까지 충암고 투수 기세봉의 노히트노런을 앞세워 2-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9회말 신일고 김남수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2-3으로 졌다. 선수들은 모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고, 김 감독도 울었다.

두번째 눈물은 2002년 가을, 엘지(LG) 트윈스 사령탑으로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삼성 이승엽에게 동점 3점 홈런, 마해영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맞고 9-10으로 역전패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을 삼성에 내준 때였다.

세번째는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감독이던 2009년 가을,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아(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6-1로 앞서다가 9회말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6-7로 역전패를 당한 뒤였다. 앞서 가을에 세번 눈물을 흘렸던 김 감독이 초록의 계절 5월에 속울음을 삼키고 있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기아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한화 구단은 “김성근 감독이 21일 홈경기가 끝난 뒤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 사의를 표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구단은 김성근 감독의 경질 절차를 밟고 있었다. 구단은 21일 대전 삼성전이 끝난 뒤 팀 훈련을 하려는 김 감독에게 “일요일 경기가 끝난 뒤 훈련하는 것을 불허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런 상황이면 감독으로 더 일하기 어렵다”고 맞섰고, 한화 구단은 코치들을 모아놓고 ‘감독대행’을 정했다. 김광수 수석코치가 이를 거절하자 이상군 투수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나서기로 했다.

김 감독은 2014년 10월, 한화와 3년간 계약을 맺은 뒤 첫해이던 2015년 만년 하위팀을 중위권으로 이끌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뒷심 부족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5위)에 한 계단 부족한 6위에 그쳤다.

김 감독의 지도력에 상처가 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선발투수가 다음날에도 선발로 나서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기용으로 비난을 받았고, 2군행을 통보받은 고바야시 세이지 투수코치가 돌연 사임하며 김 감독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입었다. 우승 후보로 기대를 모은 팀 성적은 7위에 그쳤고, 시즌 뒤 감독 경질설이 불거졌다.

올 시즌에도 10개 구단 중 가장 화려한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18승25패로 10개 팀 중 9위에 머물렀다. 특히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 종료 뒤 영입한 박종훈 단장과 스프링캠프 때부터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한화 구단은 구단의 전반적인 권한을 박 단장에게 주고, 김 감독의 권한은 ‘1군 운영’으로 한정해 현장과 프런트의 갈등이 계속됐다.

김 감독은 결국 계약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2014년 10월 한화 감독으로 취임한 지 31개월 만이다.

75살의 고령인 김성근 감독은 1969년 마산상고(현 용마고) 감독 이후 48년 만에 사실상 현역에서 물러나게 됐다. 또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오비(OB) 베이스(현 두산 베어스) 코치로 시작한 프로야구 지도자 생활도 35년 만에 접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프로야구 7개 구단에서 감독으로 2651경기를 지휘해 1388승 60무 1203패를 기록했다. 경기 수와 승리는 케이비오(KBO)리그 역대 사령탑 2위다. 두 부문 1위는 김응용(2910경기, 1554승 68무 1288패)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다. 김 감독은 내심 김응용 감독의 기록 돌파를 꿈꿨지만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김성근 감독은 “구단 관계자에게 연락을 받지 못했는데 기사를 본 지인에게 연락을 받고 (경질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별할 때도 예의를 지키면 좋을텐데…”라고 아쉬워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