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0·LA 다저스)이 1일(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미국프로야구(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체인지업 같은 슬라이더, 슬라이더 같은 체인지업….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공은 변화무쌍했다. ‘팔색조’ 투구 앞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타자들은 연신 헛손질을 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우리는 류현진은 언제나 선발투수로 생각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의 방문경기. 류현진은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6이닝 동안 3안타와 볼넷 하나만 내주고 삼진 4개를 잡아내며 1실점으로 잘 막았다. 시즌 두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시즌 평균자책점도 4.28에서 3점대(3.91)로 크게 낮췄다. 그러나 팀 타선의 침묵으로 승리는 챙기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마저 까다로워 하는 팀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2경기를 포함해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한 번도 퀄러티스타트에 실패한 적이 없다. 지난 26일 불펜으로 첫 등판해 4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챙긴 상대도 세인트루이스였다.
볼배합에서 자신감이 읽혔다. 2회 1점을 내준 뒤 3회부터 이닝마다 결정구를 달리했다. 3회 톱타자 덱스터 파울러와 2번 맷 카펜터에게 최고 시속 92.3마일(148.5㎞)에 이르는 빠른 공으로 땅볼과 삼진을 잡았다. 3번 야디에르 몰리나에겐 변화구를 던져 땅볼로 처리했다.
오른손 타자가 줄지어 나온 4회에는 제드 저코에게 하이 패스트볼, 토미 팜에게도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슬라이더를 꽂아넣고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구위에 자신이 없으면 절대 가져갈 수 없는 볼배합이다. 스티븐 피스코티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폴 데종을 다시 슬라이더로 투수 땅볼을 유도했다. 같은 슬라이더라도 최저 119㎞에서 최고 143㎞까지 완급을 조절했다. 느린 슬라이더는 마치 체인지업의 궤적과 흡사해 타자들을 속이기에 딱 좋았다. 그리고 5회에는 낙차 큰 커브와 속구를 섞었고 결정구를 체인지업으로 바꿔 타자들을 현혹했다. 6회에는 변화구만 6개를 던져 삼자범퇴로 간단히 처리했다.
공 77개 중 속구 20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각각 22개, 커브볼 13개로 변화구 비중이 74%에 이르렀다. 류현진은 경기 뒤 “불펜에서 몸을 풀 때 내가 가진 네가지 구종(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예감했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정말 좋았다. 우타자를 상대로 커터성 공(고속 슬라이더)을 던지고 직구 구속을 높인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1일(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미국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지켜낸 뒤 동료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류현진은 1-1로 맞선 7회초 2사 2루에서 대타 오스틴 반스로 교체됐다. 다저스는 1-2로 져, 연승 행진이 ‘6’에서 멈췄다.
세인트루이스의 ‘수호신’ 오승환은 2-1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고 팀의 3연패를 끊어내며 시즌 12세이브(1승 2패)째를 올렸다.
추신수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경기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득점 1도루를 기록하며 14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0.258(163타수 42안타)을 유지했다.
한편, 류현진은 6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알렉스 우드는 7일 이후 복귀가 가능하다. 로버츠 감독은 “당연히 또 (선발)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도 “선발 로테이션을 돌 때처럼 ‘4일 휴식 후 등판’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