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이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에스케이(SK)와의 경기에서 1회말 우전 적시타로 85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김태균(35)의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을 지켜보던 메이저리그 출신인 팀 동료 윌린 로사리오는 “놀랍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찬사를 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85경기 연속 출루는 거의 한 시즌 동안 매 경기 출루하는 느낌이다. 이런 대기록을 한국에서 같은 팀 동료가 직접 달성하는 장면을 지켜본다는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화 김태균이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마저 68년 만에 넘어섰다.
김태균은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케이비오(KBO)리그 에스케이(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2루에서 우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85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이는 141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도달하지 못한 기록이다. ‘전설’ 윌리엄스는 1949년 7월1일 필라델피아전부터 9월27일 워싱턴전까지 84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8월7일 대전 엔씨(NC)전부터 출루 행진을 시작한 김태균의 연속 출루는 10개월 동안 이어지며 마침내 신기원을 개척했다. 그 누구도 1루는 훔칠 수 없다는 말처럼 오직 타격 재능과 선구안으로 만들어낸 기록이다.
전날 윌리엄스와 타이를 이룬 84경기 연속 출루가 이어지지 못할 뻔하다가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극적인 안타를 쳤다면 이날 새 기록은 첫 타석부터 쉽게 터졌다. 볼카운트 1-1에서 에스케이 선발 문승원의 3구째 131㎞ 몸쪽 높은 슬라이더에 타이밍이 늦었지만 정교한 타격 테크닉으로 오른쪽으로 밀어쳐 안타를 만들었다. 이글스파크 전광판에는 ‘한·미·일 프로야구 신기록’이라는 자막으로 기록을 축하했고, 김태균은 1루 쪽 관중석을 향해 목례로 답했다.
한화 김태균이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에스케이(SK)와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1회말 우전 적시타로 85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을 달성한 뒤 1루 쪽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김태균은 전날까지 84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가는 동안 320타수 127안타(20홈런), 볼넷 53개, 몸에 맞는 공 3개로 타율 0.397, 출루율 483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타율 모두 이 기간 1위 기록이다. 윌리엄스는 84경기 동안 112안타(24홈런), 92볼넷을 기록했다. 선구안이 좋았던 만큼 볼넷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김태균은 이 기간 내야안타가 5개뿐일 정도로 느린 ‘발’을 ‘손’과 ‘눈’으로 대체했다.
김태균의 기록은 올 시즌 초만 해도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4월22일 수원 케이티(kt)전에서 2006년 펠리스 호세(당시 롯데·63경기)의 국내 프로야구 기록을 11년 만에 넘어선 뒤 “여기서 그치면 아깝지 않으냐”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1994년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뛰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리스)의 일본프로야구 기록 69경기를 경신한 뒤 윌리엄스 기록에 다가갔다. 언론이 주목하자 김태균은 “제발 윌리엄스, 이치로와 같은 스타들과 비교하지 말아달라. 내가 생각해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리그의 수준 차이는 인정하지만 ‘숫자’는 정직하다.
호세와 이치로, 윌리엄스를 차례로 넘어선 김태균은 이제 린즈성이 대만프로야구에서 2015년 6월20일부터 2016년 6월14일까지 이어간 ‘세계기록’ 109경기 연속 출루에 도전한다. 달성한다면 7월초쯤이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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