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6일(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973일 만의 시속 150㎞, 1009일 만의 7이닝 투구. 모든 것이 수술 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절반의 성공’이었다.
류현진(30·엘에이 다저스)이 올 시즌 최고구속,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를 기록하며 ‘공포의 타선’을 상대로 잘 던졌다. 볼넷은 하나도 없었고, 삼진 4개를 곁들였다.
6일(한국시각)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홈경기. 류현진은 브라이스 하퍼, 라이언 지머먼, 대니얼 머피 등 강타선이 즐비한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7이닝을 던지며 ‘이닝 이터’(많은 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의 면모를 되찾았다.
초반에 예상을 깨는 볼배합을 가져갔다. 지난 두 경기에서 변화구를 70% 이상 던졌지만 이번엔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1회 시속 93.8마일(약 151㎞)의 강속구를 던져 하퍼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속 150㎞를 회복한 것은 어깨 수술 전인 2014년 10월7일 이후 무려 973일 만이다. 2회에는 머피를 상대로 다시 한번 93.6마일(시속 150.6㎞)을 찍었다.
게다가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댈러스 카이클(휴스턴)을 보고 익혔다는 커터까지 선보였다. 140㎞ 초중반대의 구속으로 속구처럼 들어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미세하게 우타자 몸쪽을 파고들었다. 내셔널리그 타율·홈런 선두 지머먼도 이 공으로 삼진을 잡았다.
하지만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앤서니 렌돈에게 2회 선제 솔로홈런과 4회 추가 2실점의 징검다리가 된 2루타를 내줬다. 7이닝 7피안타 4실점. 모든 점수를 2사 후에 내준 게 아쉬웠다.
다저스 타선은 주전을 4명이나 빼면서 타선과 수비에서 류현진을 도와주지 못했다. 1루수로 처음 나선 키케이 에르난데스는 경기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저스는 6회말 흔드리는 워싱턴 선발 지오 곤잘레스를 두들겨 2점을 추가하며 4-2로 따라붙었다. 이후 상대 왼손 선발을 맞아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주전 야스마니 그란달, 체이스 어틀리, 코디 벨린저 등이 나섰지만 끝내 반전은 없었다. 다저스의 2-4 패. 류현진은 시즌 6패(2승)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91에서 다시 4점대(4.08)가 됐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류현진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패배”라고 전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오늘은 시작 전부터 직구의 힘이 좋았다. 하지만 투아웃을 잡아놓고 점수를 준 것은 아쉽다”고 했다.
류현진은 12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부상 복귀를 앞둔 앨릭스 우드 또는 부진한 마에다 겐타를 대신해 다시 한번 선발 등판을 노린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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