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기아 타이거즈)이 지난달 7일 한화와의 광주경기에서 2회말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경기가 잘 풀리려면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단체경기는 한두 사람이 아닌 전체적인 전력과 조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만드는 단초는 결국 한 사람에서 시작된다.
기아 타이거즈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엘지(LG) 트윈스를 13-4로 꺾고 케이비오(KBO)리그 최초로 6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 기록과 함께 6연승을 기록했다.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한 비로 경기가 중단된 뒤 강우 콜드가 선언됐다. 10구단 중 가장 먼저 50승 고지(51승27패)를 넘어 단독 1위를 질주중이다. 선발투수 양현종은 5⅓이닝을 8피안타 3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막고 시즌 11승(3패)째를 챙겼다.
기아의 올해 상승세는 단연 불방망이 타선 덕분이다. 올해 팀 타율이 3할을 넘어 시즌 1위는 물론 역대 한 시즌 최고타율에도 육박하고 있다. 10년 연속 100안타를 돌파한 최형우(0.366)를 비롯해 버나디나(0.310), 안치홍(0.340), 나지완(0.300) 등 강력한 중심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타격 1위(0.378)를 달리고 있는 김선빈(29)이다. 그는 주로 하위 타선에 힘을 보태며 기아의 막강 타선을 완성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9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김선빈은 2016년 9월 상무에서 제대해 1군 무대에서 겨우 6경기만 뛰었다. 입대 전까지 2008~2014 시즌 수비 능력을 바탕으로 타율 평균 0.280대의 성적을 올렸지만 연봉 8000만원은 지난 시즌까지 그에게 기대됐던 수준을 반영한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부름을 받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난 성적으로 부응했다.
그는 이미 입대 전과도 달라져 있었다. 끊임없이 배우면서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왔다. 입대 전 한화 이용규의 타격폼을 우타자에 맞게 바꿔 사용하던 그는 상무에서는 무릎을 낮추지 않고 타격했다. 제대 이후에는 팀 동료 나지완의 타격 자세에서 또 배웠다. 밀어치기 위주였던 타격에서도 벗어나 더 많은 안타를 만들고 있다. 김선빈은 “타격 1위에는 욕심이 없다. 나는 내 것만을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3할 타율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선빈은 1일 엘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처음 선발에서 제외됐다. “종아리가 뭉쳐 하루 쉬게 했다”는 김기태 감독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는 결국 김선빈이었다. 김 감독은 2-2로 동점을 이룬 4회 곧장 김선빈을 소환했고 김선빈은 2-2로 동점을 이루던 7회 1사 이후 안타로 진루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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