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구의 초속, 종속 차이가 10.78㎞에 불과한 SK 메릴 켈리. 켈리는 커브의 경우도 초속, 종속 차이가 8.96㎞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SK 와이번스 제공.
투수의 손 끝을 떠나 포수 미트로 날아가는 공. 초속 150㎞가 찍혀도 통타 당하기 쉽고 초속 140㎞여도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돈다. ‘종속’ 때문이다. 타자는 결국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의 공을 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일언 엔씨(NC) 투수코치는 “타자는 공을 예측하고 치는데 초속과 종속 차이가 많이 나면 그만큼 타자가 예측하기 쉽다”고 말했다. 차명석 <엠비씨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국내 선수들 중에는 초속, 종속 차이가 15㎞가 넘는 선수들이 많은데 초속과 종속 차이가 10㎞ 안팎이면 아주 좋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업체이자 스포츠 통계분석 전문회사인 스포츠투아이 자료에 의하면 17일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들 중 속구(투심, 커터, 싱커 포함) 초속이 제일 빠른 선수는 헨리 소사(LG)다. 소사의 속구 초속은 평균 149.14㎞에 달한다. 종속(136.12㎞) 또한 제일 빠른데 초속, 종속 차이는 13.03㎞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속도가 꽤 줄어드는 편이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들 중 가장 빠른 초속의 공을 던지는 헨리 소사(LG). 종속도 빠른 편이지만 초속에서 13.03㎞의 속도가 준다. LG 트윈스 사진 제공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메릴 켈리(SK)다. 켈리는 속구 초속 순위에서는 3위(145.99㎞)지만 종속 순위는 2위(135.21㎞)에 올라 있다. 초속과 종속 차이가 10.78㎞밖에 되지 않아 초속 순위 2위(147.10㎞)인 더스틴 니퍼트(두산)를 종속에서는 앞선다. 니퍼트의 종속은 134.12㎞로 초속과는 12.98㎞ 차이가 난다. 켈리의 공에 좀 더 힘이 실린다고 할 수 있다.
켈리의 경우 커브의 초속, 종속 차이 또한 크지 않다. 커브 초속 1위(128.78㎞)인데 종속 또한 1위(119.82㎞)로 그 차이가 8.96㎞에 불과하다. 커터·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켈리는 “올해 커브 제구가 좋아졌고 각도 예리해졌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최일언 코치는 “구속이 느린 변화구의 초속, 종속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은 공이 홈플레이트에서 빠르게 휜다는 뜻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는 구원 투수들 중에는 암 투병 끝에 그라운드로 복귀한 원종현(NC)이 속구 평균 초속 147.93㎞의 공을 뿌린다. 종속은 135.60㎞. 구원왕을 향해 달려가는 임창민(NC)의 속구는 초속 142.71㎞, 종속 130.63㎞의 속도를 보인다. 롯데 마무리 손승락은 초속(142.11㎞)과 종속(132.38㎞) 차이가 9.78㎞에 불과하다. 눈여겨볼 선수는 5월 이후 삼성 마무리를 꿰찬 장필준이다. 장필준은 초속 평균 144.25㎞의 속구를 던지는데 종속 또한 133.71㎞로 구원 부문 상위 5명 마무리 투수들 중 가장 빠른 종속을 자랑한다.
시범경기 동안 시속 157㎞의 공을 던져 야구계를 놀라게 한 한승혁(KIA)의 경우 평균 초속은 151㎞에 이른다. 종속(139.4㎞) 또한 꽤 빠르다. 제구만 보완된다면 타자를 옴짝달짝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일언 코치는 “종속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공이 회전하면서 타자 앞으로 계속 살아온다는 뜻”이라며 “하체의 힘이 낭비없이 제대로 공에 전달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하체 힘 전달뿐만 아니라 마지막 손끝에서 어떻게 공에 회전을 주느냐에 따라 종속이 달라질 수 있는데 선수들이 자신에게 맞는 그립을 잘 찾아서 회전을 많이 줄 수 있는 릴리스 포인트를 계속 연구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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