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가 야심차게 영입한 새 외국인 타자 제임스 로니(33)가 정규시즌 23경기만에 한국을 떠났다. 엘지는 29일 외국인 타자 로니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로니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9년 연속 100경기 이상을 뛰는 등 통산 1443경기에서 타율 0.284, 안타 1425개, 홈런 108개, 669타점을 기록했다. 현재 케이비오리그에서 뛰는 타자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엘지에서 23경기 타율 0.278(79타수 22안타), 3홈런, 12타점을 기록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은 괜찮았지만, 빠른 공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엘지가 기대했던 장타 능력은 떨어졌다. 한국에 오기 전 한 달 반 가까운 공백으로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이다. 양상문 감독은 로니가 2군에서 빨리 적응을 마친 뒤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경쟁 때 결정적인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로니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26일 2군행을 통보받은 뒤 크게 반발했고, 하룻만인 27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로니가 크게 반발하자 송구홍 단장이 1군 엔트리 말소 공시 다음 날인 27일 로니를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로니는 그날 저녁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엘지는 로니가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뒤 이날 오전 다시한번 연락을 취해 돌아오지 않는다면 임의탈퇴하겠다고 통보했으나 로니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엘지 관계자는 “로니가 구단의 1군 엔트리 말소 조치에 불만을 품고 27일 미국으로 돌아갔다”며 “구단은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케이비오에 임의탈퇴 공시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된 로니에게는 잔여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다. 2017 야규규약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는 참가활동 기간에 자유계약 및 임의탈퇴선수로 공시가 가능하며, 임의탈퇴한 경우 잔여기간 중의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엘지는 로니와 총액 35만 달러(약 3억9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순위가 4위에서 7위까지 추락한 엘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대체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기 쉽지 않아 남은 시즌을 외국인 타자 없이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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