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프로야구 엘지와 한화의 경기에서 2회초 엘지의 라모스가 솔로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 홈런 30개는 치지 않겠나.”
엘지(LG)의 ‘괴물’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멕시코)가 류중일 감독을 웃게 하고 있다. 최근 류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라모스가) 매 타석 (홈런을) 때려주면 좋겠는데 왜 하나씩만 치는지, 내가 욕심이 좀 많다”라며 여유 있는 농담을 던졌다. 라모스 활약에 흡족함을 나타낸 것이다.
라모스는 27일 기준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 이 부문 단독 1위(9개)를 질주 중이다. 장타율도 1위다. 타자의 성적과 팀 기여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오피에스(OPS·출루율+장타율)도 리그 1위다. 리그 단독 2위로 고공행진하는 엘지의 ‘키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거포가 절실했던 엘지가 올 시즌을 위해 긴급 수혈한 라모스는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트리플 에이(A) 팀인 앨버커키에서 뛰었다. 타율 3할9리에 서른 개의 홈런을 때려,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빅리그에서 뛴 경험은 없지만 엘지 구단은 그의 가능성을 알아챘다. 키 193㎝, 몸무게 115㎏ 건장한 신체에서 뿜어 나오는 호쾌한 타력이 매섭다.
엘지 관계자는 “그 동안 3루수 외국인 타자를 주로 영입했는데 큰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트레이드로 김민성을 영입하면서 거포 1루수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며 “차명석 단장이 직접 스카우트팀을 진두지휘하면서 걸출한 선수를 찾아냈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지만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엘지는 라모스를 영입하면서 계약금, 연봉, 인센티브 등을 합쳐 50만달러(6억2000만원) 정도를 썼다. 연봉 기준으로 보면 국내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하위권이다. 구단 입장에선 쏠쏠하게 남는 장사다.
엘지는 지금까지 조쉬 벨, 브래든 스나이더, 잭 한나한, 제임스 로니 등 여러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지만, 이들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엘지 관계자는 “라모스가 이렇게 잘할지 몰랐다. 복덩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팬들의 시선은 29일부터 열리는 기아 타이거즈와의 주말 3연전에 쏠려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맞붙는 두 팀의 경기에서 라모스의 ‘대포’는 승패의 변수가 될 것 같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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