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가을야구 데뷔전…KT는 졌지만 소형준은 역대급이었다

19살 고졸 신인의 눈부신 역투
6⅔이닝 3피안타 무실점
이강철 감독 “역대급 투수가 나왔다”

케이티 위즈 선발 소형준이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1회초 역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강철 케이티(KT) 위즈 감독은 경기 전 소형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대로 인사를 주고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자칫 19살 선발 투수가 가을야구 첫 무대에서 긴장할까 염려됐다. 투수 출신인 이 감독이기에 누구보다 포스트시즌 데뷔를 앞둔 고졸 신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었다. 맨 처음 “미쳤으면 하는 선수”로 소형준을 꼽았다가 급히 손사래를 친 것도 그 이유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소형준은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소형준의 두산전 성적(3승1패 평균자책점 2.51)은 꽤 좋았다.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BO리그 플레이오프(3선승제) 1차전 선발로 나선 소형준은 무척 담대했다. 1회초 첫 타자가 실책으로 출루했는데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7회초 2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두산 타선에 단 3안타 1볼넷만 내줬다. 다음 투수 주권이 후속 타자 오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실점도 기록되지 않았다. 19살 고졸 신인의 첫 가을야구 기록은 6⅔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정확히 100개였는데 최고 구속 시속 148㎞가 찍힌 투심패스트볼(35개)과 슬라이더(47개)가 타자를 현혹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뒤 소형준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했다. 이 감독은 “오늘 경기는 분위기가 밀릴 수 있는 걸 소형준이 끌어가면서 대등한 경기를 했다”면서 “무슨 말로도 칭찬하기 어렵다. 역대급 투수가 나왔다. 강팀 두산을 만나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다 소형준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록 막내 구단 케이티의 첫 가을야구 데뷔전은 2-3 패배로 끝났지만 케이티의 앞날을 끌고 갈 무한동력을 얻게 된 데 이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소형준은 올 시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순수 고졸 신인 10승 고지를 밟았다. 에스케이(SK) 박종훈과 더불어 토종 선발 최다승(13) 투수로 등극하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강심장’을 자랑하면서 그의 시즌 투구는 정점을 찍었다.

김양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