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두고봅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다케후지 클래식에서 간판스타 박세리(29)가 5오버파 149타(74+75)로 컷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부진을 보이자, 그의 소속사인 씨제이(CJ)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박세리가 아직 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지난해부터 깊은 슬럼프에 빠진 박세리. 그는 올 시즌 첫 출전대회인 마스터카드 클래식(3월·3오버파 219타 41위)을 비롯해,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3월·컷오프), 크래프트 내비스코 챔피언십(4월·10오버파 298타 45위)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 4대회 중 두번이나 컷오프됐고, 두번은 40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드라이버샷의 정확도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내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페어웨이에 적중한 드라이버샷의 비율은 45.2%(141위)로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권이었다. 이번 다케후지 클래식 이전까지, 샌드 세이브(벙커에서 탈출해 파 이상의 성적으로 홀아웃하는 것) 비율은 20%(116위)이고, 퍼팅도 홀당 평균 1.89개(118위)로 바닥에서 맴돌고 있다. 4개 대회 합쳐 11라운드에서 언더파 기록을 낸 것은 딱 한번 뿐이다. 드라이버샷의 평균거리(253.3야드 54위)와 그린적중률(68.5%·48위)은 중위권 수준이다.
시즌 상금순위도 86위(1만3123달러)로 처져 있다. 1998년 엘피지에이에 데뷔해 2004년까지 통산 22승(메이저대회 4승)을 올리며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위협하던 무게감은 온데간데 없다.
박세리는 2004년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 획득 뒤 무너졌다. 정신적인 변화로 지난해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어둠의 터널이 너무 길다. 씨제이 쪽은 “지켜보자”고 말하지만, 그 사이 새로운 물결이 박세리를 추월해 버린 느낌이다. ‘겁없는 신예’ 이선화(20)가 씨제이 간판스타로 부상한 것이다.
이선화는 16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컨트리클럽(파72·6550야드)에서 열린 다케후지 클래식 마지막날 단독 2위(16언더파 200타)로 포효했다. 챔피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3타차로 밀렸지만, 필즈오픈(2월) 마스터카드 클래식(3월)에 이어 시즌 3번째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정도면 곧 우승도 해낼 씨제이의 간판스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법하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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