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필드에 우뚝 선 최경주의 날카로운 눈빛과 검게 그을린 팔뚝이 눈부시다. 최경주가 30일(한국시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크라이슬러 챔피언십 우승 뒤 손을 들어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탬파베이/AFP 연합
최경주 PGA 투어 1년만에 정상…통산 4승째
2위와 4타차…새 스윙폼·드라이버 효과 ‘톡톡’
2위와 4타차…새 스윙폼·드라이버 효과 ‘톡톡’
18번홀 3. 버디 퍼팅이 성공하자 구릿빛 얼굴에 햇살이 뜬다. 주먹을 불끈 쥔 ‘완도 사나이’는 “I am very very happy”(매우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정상까지 쉽지 않았던 길…, 오른 자만이 느끼는 희열감에 보는 이도 절로 뿌듯하다.
‘국산 탱크’ 최경주(36·나이키골프)가 3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의 웨스틴 이니스브룩 골프리조트(파71·729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크라이슬러 챔피언십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개인통산 피지에이 4승이며, 지난해 크라이슬러 클래식 이후 1년 만의 정상등극. 최경주는 4라운드 1번홀 이글로, 1타차로 추격전을 펼치던 공동 2위 그룹의 기선을 제압한 뒤, 안정된 플레이로 2위 그룹을 4타차로 완벽하게 따돌렸다.
■ 대박의 사나이
이날 우승(상금 95만4천달러)으로 최경주의 시즌 상금은 226만달러(26위)가 됐다. 2002년 첫 200만달러 상금 뒤 3번째 200만달러 고지 돌파다. 데뷔해인 2000년부터 누적 상금은 1142만달러(107억원). 스포츠 재벌 수준이다. 최경주는 시즌 상금랭킹 30위 이내 진입해(26위) 이번주 시즌 마지막 투어챔피언십 출전권도 얻었다. 이 대회에서는 최하위에게도 10만달러가 넘는 상금이 돌아간다. 각종 대회 초청료, 광고출연료, 나이키 등의 스폰서 수입도 짭짤하다.
■ 막판 뒷심은 어디서
1번홀 이글 뒤 3번·5번홀 보기로 주춤한 최경주. 그러나 4번·7번홀에서 곧바로 버디로 만회하는 등 밀도높게 경기를 운영해 나갔다. 웨이트트레이닝 등 철저한 몸관리,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승부욕, 경기를 읽는 냉철한 눈이 합쳐진 결과다. 8월부터 스윙폼 교정을 한 것도 효력을 드러내는 것 같다. 최경주는 “미국무대에서 살아 남으려면 점점 더 파워풀한 스윙을 구사해야 한다”며 스윙폼 개조에 들어갔다. 피지에이 무대 4승을 4라운드 선두로 나서서 지킨 그의 관록도 돋보였다.
■ 나이키 사각드라이버 효과?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많은 선수에게 장비를 공급하는 나이키골프가 새로 만든 SQ스모스퀘어 드라이버(사진). 최경주는 이 시제품 드라이버를 들고 나온 두번째 대회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최경주는 경기 뒤 “드라이버로 치면 페어웨이 한 가운데 공이 잘 들어가는 게 재미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른 선수들이 좁고 까다로운 페어웨이를 앞두고 3번 우드로 티샷을 하는 홀에서도 최경주는 이 드라이버를 잡고 마음껏 휘둘렀다. 이전보다 평균 20야드 이상 비거리가 늘었고, 이날 4라운드에서는 최고 335야드를 보냈다.
■ 탱크의 무한질주
이번 대회에는 시즌 상금랭킹 1~3위인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짐 퓨릭(이상 미국) 등이 빠졌다. 그러나 어니 엘스(남아공), 레티프 구센(〃), 스튜어트 싱크(미국),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마이크 위어(캐나다), 스튜어트 애플비(호주), 애덤 스콧(〃)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이 다수 출전했다. 그러나 탱크는 여유있게 우승을 밀봉했다. 일본의 마루야마 시게키(3승)를 넘어,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4승 고지에도 올랐다.
그러나 최경주는 “투어 대회 우승은 이제 할 만큼 했다. 내년에는 반드시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겠다”며 시야를 더 높은 곳에 두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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