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산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골프 1라운드에서 아쉬움을 곱씹었다.
최경주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천445야드)에서 치른 대회 첫날 버디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쳤다.
4언더파 68타를 때린 공동 선두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에 4타 뒤진 공동 19위를 달린 최경주는 16번홀(파3)에서 나온 더블보기가 못내 아쉬웠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무대는 마스터스가 될 것"이라며 이 대회에 유독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최경주는 15번홀까지 보기없이 버디 2개를 뽑아내 상위권을 달렸다.
버디를 잡는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보기를 피하는 전략으로 코스 공략에 나선 최경주는 8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뽑아낸 데 이어 13번홀(파5)에서 2온2퍼트로 1타를 더 줄여 작전이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16번홀에서 최경주는 티샷을 그린 왼쪽 연못에 볼을 집어 넣고 말았다.
핀이 그린 연못에 바짝 붙어 있는 왼쪽 구석에 꽂혀 있었지만 그린 오른쪽에 볼을 떨어뜨리면 엄청난 내리막 퍼팅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공격적인 티샷을 구사한 게 실수로 이어졌다.
벌타를 받고 세 번만에 그린에 올라온 최경주는 보기 퍼트마저 넣지 못해 애써 벌어놓은 타수를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최경주는 "7번 아이언으로 아주 잘 친 샷인데 바운드가 운나쁘게 연못 쪽으로 튀었다"면서 "아직 54홀이나 남았지 않느냐"며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가 늘 그렇듯이 1라운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상심할 이유도 없고 첫날 선두권이라도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최경주도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원래 1라운드 목표가 이븐파였다"면서 "목표를 달성했으니 자랑스럽다. 이곳에서는 오버파 우승도 나오고 언더파 우승이라야 몇 타 밖에 안되는 곳이니 참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코스 공략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대회 우승을 디딤돌 삼아 전인미답의 그랜드슬램을 이루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야망에도 노란 불이 켜졌다.
우즈는 보기 2개와 이글 1개를 엮어 이븐파 72타를 쳐 최경주와 함께 공동 19위에 머물렀다.
우즈 는 12번홀까지 보기도 없었지만 버디도 없는 파 행진을 이어가며 기회를 노렸으나 먼저 찾아온 것은 위기였다.
13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으로 곧장 그린을 공략한 우즈는 볼이 그린 뒤쪽으로 튀어 나가는 불운에 이어 이글 칩샷이 짧았고 3퍼트로 보기를 적어냈다.
기분이 상한 우즈는 이어진 14번홀(파4)에서 티샷을 숲으로 날려보내 1타를 더 잃었지만 15번홀(파5)에서 환상적인 칩샷 이글을 뽑아내 기사회생했다.
오거스타내셔널에서 2003년 1라운드에 이어 두번째로 노버디 라운드를 치른 우즈는 "오늘 샷도 좋았고 퍼팅도 좋았다. 다만 결정적인 퍼팅이 안 들어갔을 뿐"이라며 "버디를 못하면서도 참을성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두권 진입은 실패했지만 우즈 역시 "선두와 4타차면 실망할 필요없다"며 우승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마스터스에서 네차례나 우승한 우즈는 지금까지 한 번도 1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쳐본 적이 없다.
공동 선두에 나선 세계랭킹 9위 로즈는 4개홀 연속 버디 등 버디 6개를 잡아내며 2004년과 작년에 이어 세번째 1라운드 선두라는 진기한 인연을 과시했다.
그러나 2004년에는 3라운드에서 81타를 치며 무너져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고 3언더파 69타로 첫날 선두였던 작년에도 나머지 사흘 동안 7타를 잃어버리며 5위에 그쳐 '첫날만 선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이번에 떼어낼 지 관심사가 됐다.
2005년 공동 5위를 차지해 마스터스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씻어냈던 이멜만도 보기없이 버디 4개를 뽑아내는 깔끔한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브라이언 베이츠먼, 브랜트 스니데커(이상 미국), 그리고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3언더파 69타로 공동 3위에 포진한 가운데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의 행운을 누린 이안 폴터(잉글랜드)와 작년 우승자 잭 존슨, 세계랭킹 7위 짐 퓨릭(이상 미국), 로베르트 카를손(스웨덴), 스티븐 에임스(캐나다) 등이 공동 6위(2언더파 70타)에 올라 치열한 우승 경쟁을 예고했다.
최경주와 함께 경기를 치른 필 미켈슨(미국)도 1언더파 71타를 쳐 레티프 구센(남아공), 폴케이시(잉글랜드) 등과 11위그룹에 이름을 올리며 그린 재킷 탈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제이 싱(피지)은 이븐파 72타로 무난한 탐색전을 치렀지만 어니 엘스(남아공)는 2오버파 74타로 다소 부진했다.
10년 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던 51세의 노장 마크 오메라(미국)가 71타를 쳐 상위권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고 51회째 출전하는 개리 플레이어(남아공)는 11오버파 83타로 예상대로 꼴찌로 처졌지만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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