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4 13번홀(387야드). 드라이버로 친 공이 카트도로에 떨어졌다. 그린을 직접 공략하기 어려운 상황. 하는 수 없이 공을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빼냈다. 남은 거리는 40야드. 세번째샷을 했는데, 공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행운의 버디. 4라운드 시작 전만 해도 선두에 9타차로 뒤진 채 출발해 우승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어느새 공동선두로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 될 줄이야.
‘돌부처’ 이선화(22·CJ)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긴트리뷰트(총상금 260만달러)에서 우승하면서, 지난 11개월간 계속돼온 ‘코리아군단’의 우승 갈증을 확 풀어줬다. 그것도 명예의 전당 회원인 카리 웹(호주)을 상대로 연장홀 승리를 거두며.
2일(한국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리버타운컨트리클럽(파72·6459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 이선화는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해 웹과 함께 공동선두로 마친 뒤, 18번홀(파4·425야드)에서 치러진 연장 첫 승부에서 파세이브를 기록해 3퍼트 보기를 기록한 웹을 따돌리고 우승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우승상금 39만달러.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던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과 9타차를 극복하며 일궈낸 대역전 드라마였다. 1964년 미키 라이트가 톨시티오픈에서 10타차의 열세를 딛고 역전우승을 차지한 것에 견줄 만한 대기록이다. 물론 이날 구스타프손이 7오버파 77타로 자멸한 것도 그의 우승을 거들었다.
이선화로서는 시즌 첫 우승이자 개인통산 3승째. 이선화는 지난해 7월22일 HSBC 여자월드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를 누르고 통산 2승을 올린 바 있다. 그 이후로는 27개 투어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한국 선수들 우승이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선화는 덤으로 크라이슬러 컨버터블까지 받았다.
이선화는 경기 뒤 “솔직히 우승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소피가 워낙 이번 대회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초반부터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선화가 마지막 18번홀에서 8m 거리의 버디퍼팅을 극적으로 성공시키며 연장전으로 승부를 몰고간 것은 이날 승부의 백미였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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