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이 18일 경기 여주 자유CC에서 열린 신세계 KL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붉은 자켓을 입고 우승컵을 들어보이고 있다. KLPGA 제공
KLPGA선수권 18언더파로 메이저대회 정복
셋째딸의 ‘메이저 퀸’ 등극을 보러, 아버지가 전북 정읍에서 올라왔다. 지난해까지 딸의 캐디백을 메던 아버지(이도석)였다. 하지만 몸이 아파 부인(추영수)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딸이 8번홀(파3)에서 아쉽게 보기를 범하며 단독선두에서 공동선두로 떨어지자, 아버지는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며 무척 아쉬워했다. 그러나 셋째딸은 두둑한 빼짱으로 전혀 흔들리지 않으며 결국 아버지에게 메이저 퀸이라는 큼직한 선물을 안겼다.
18일 경기도 여주 자유컨트리클럽(파72·6404야드)에서 열린 신세계 제31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선수권대회(총상금 5억원) 마지막날 3라운드. 최근 2년새 통산 8승을 올린 ‘필드의 신데렐라’ 서희경(23·하이트)도 그의 상승세를 막아낼 수 없었다. 검은 헌팅캡에 상·하의도 블랙으로 입고 나온 그는 16m 거리의 긴 버디퍼팅(파3 4번홀)을 보란 듯 홀에 집어넣는가 하면, 16m짜리 칩샷으로 버디(파5 9번홀)를 성공시키는 등 환상적인 샷을 선보였다.
주인공은 프로 3년차 이정은(21·김영주골프). 이정은은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에서 서희경·조윤희(27)와 챔피언조 대결을 벌인 끝에 정상에 올랐다. 전날 12언더파 132타로 조윤희와 공동선두였던 이정은은 보기는 1개에 버디 7개를 잡아내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로 서희경을 2타차 2위로 밀어냈다. 지난 4월 국내 개막전인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와이어 투 와이어’로 시즌 2승 고지에 올랐고, 우승상금 1억원 외에 부상으로 신세계 상품권 1천만원도 챙겼다.
18언더파 198타는, 54홀 최다언더파(종전 17언더파), 최소타(종전 200타) 신기록이다. 긴장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속으로 떨리기는 했지만, 원래 배짱이 좋다”며 “항상 편하게 자신있게 치려 한다. 드라이버샷이 장기”라고 우승비결을 말했다.
이정은은 10번홀까지 서희경과 15언더파 공동선두로 팽팽히 맞섰으며, 11번홀(파5·481m) 12번홀(파4·328m) 연속버디로 서희경을 따돌렸다. 야구감독 출신 아버지(조창수)가 캐디백을 멘 조윤희는 공동 5위(11언더파 205타 공동 5위).
여주/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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