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욱 데뷔 7년만에 PGA 투어 우승
어릴적 우즈와 비교된 신동
2004년 PGA 데뷔뒤 ‘무관’
3일 17번홀 13m 퍼팅 성공
“주위서 날 더 믿어주었다”
어릴적 우즈와 비교된 신동
2004년 PGA 데뷔뒤 ‘무관’
3일 17번홀 13m 퍼팅 성공
“주위서 날 더 믿어주었다”
회한과 감격이 동시에 밀려왔다. 현장에 있던 중계방송 요원이 마이크를 들이대고 우승 소감을 물었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7년, 211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오른 감격을 바로 표현하기엔 준비가 덜 돼 있었다. 결국 입에선 “휴~” 하는 한숨부터 새나왔다.
3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TPC(파71·7223야드)에서 막을 내린 피지에이 투어 저스틴 팀벌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미국 동포 나상욱(28·타이틀리스트)이 4라운드에 6언더파를 쳐, 합계 23언더파 261타로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04년 피지에이 무대 데뷔 이후 무려 211번째 대회에서 일군 쾌거다.
나상욱은 어린 시절 타이거 우즈(36·미국) 못지않은 골프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을 떠나 9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12살 때 유에스(US)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사상 최연소 본선 진출 기록을 세웠고, 1999년과 2000년에는 우즈가 1991년 우승을 차지했던 로스앤젤레스시티챔피언십을 잇따라 제패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어림잡아 100번 이상 우승을 차지한 뒤 2001년 프로로 전향했다. 초기 피지에이 2부 리그인 네이션와이드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02년 12월 아시아프로골프(APGA) 투어 볼보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르는 활약으로 에이피지에이 투어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2004년부터 본격 진입한 피지에이 투어에서는 우승의 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210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번을 했을 뿐이다. 통산 28차례 톱10에 들었기에 그의 조바심은 더욱 커졌다. 어느 때인가 그는 어머니에게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우승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묵묵히 스윙을 교정하고 퍼팅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준우승, 올해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충전했다. 퍼팅은 최대의 강점. 올 시즌 라운드당 퍼트 수가 27.78개로 투어 선수 가운데 2위에 올라 있고, 이번 대회에서도 라운드 평균 27개로 가장 적었다. 이날 승부를 결정지은 것도 17번홀에서 성공시킨 13m짜리 버디 퍼트였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어젯 밤에도 2위로 대회를 마치는 악몽을 꿨다”며 “긴 세월 동안 나 자신보다 주위에서 나를 더 믿어주었다”고 감격해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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