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이 20일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3라운드를 마친 뒤 일본 여성팬들로부터 사인공세를 받고 있다.
배상문, 올 일본 투어 종료…PGA 입성 재도전
“잠시만요. 저 1분 만 퍼팅 연습하고 올게요.”
20일 일본 미야자키현 피닉스컨트리클럽(파71·7010야드)에서 열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총상금 2억엔) 마지막 3라운드. 최종합계 2오버파 215타 공동 31위(상금 92만6250엔)로 마친 배상문(25·우리투자증권)은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이렇게 말하며 곧장 퍼팅 연습그린으로 향했다. 대회 내내 퍼팅 난조로 부진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곤 잠시 뒤 나타났다.
“일본에 있으면 돈은 많이 벌지만, 내년엔 미국에 가서 최(경주)프로님이나, 양(용은)프로님처럼 돼야죠. 피지에이(PGA) 큐(Q)스쿨 통과하면 미국 대회에 전념할 것입니다. 두 투어 오가는 것은 너무 힘듭니다.” 올 시즌 2개의 일본 투어 대회가 남았지만 배상문은 이를 접었다. 30일부터 6일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피지에이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 등 2곳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 투어 퀄리파잉 스쿨 최종예선 출전을 위해서다. 24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동안 2008년과 2010년 두차례 도전했으나 실패했던 무대이기에 이번엔 반드시 뜻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세계랭킹도 27위까지 올라 마음은 오히려 편해졌어요. 지난해에는 Q스쿨 첫날 양파(더블파) 때리고 무너져 너무 김이 샜는데, 이번에는 마음 편하고 가볍게 할 겁니다.” 6일 동안 지옥의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Q스쿨에서는 25위 안에 들어야 내년 시즌 피지에이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배상문은 세계 상위 랭커가 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나 4대 메이저대회 등 주요 대회는 이에 관계없이 나갈 수 있다.
지난해 일본 투어에 데뷔한 배상문은 올해 신인상(데뷔 이후 3년간 가능)을 이미 확정지었으며, 상금왕(현재 1억5107만8958엔)을 눈앞에 뒀다. 상금랭킹 2위 이시카와 료(8654만2603엔)와 3위 다니구치 토루(8499만8944엔) 중 한 명이 남은 2대회에서 모두 우승(우승상금 8000만엔)해야만 상금왕 자리를 내주는 상황인 것이다. 배상문은 올해 일본 최고 권위의 일본오픈 우승 등 시즌 3승을 올리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올해의 선수와 다승왕도 유력하다.
“일본 선수들이 저보고 빨리 미국으로 가라고 합니다. 일본오픈 우승했을 때는 일본 관계자들의 반응이 정말 썰렁했어요.” 지난해 김경태(25·신한금융)가 일본오픈 우승을 비롯해 상금왕, 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쥐었는데, 올해는 배상문이 그의 뒤를 이어 일본남자프로골프계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꼴이 됐다. “올해 퍼팅이 너무 잘 됐고 위기관리능력도 좋아졌습니다. 드라이버샷도 멀리가면서 방향성도 좋아졌고요. 제 골프가 일본에서는 통하는 것 같아요. 쇼트게임은 아직 멀었지만….”
한편 이번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는 일본의 무토 도시노리가 12언더파 201타로 우승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형성(31)이 2언더파 공동 1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미야자키/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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