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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몰래 공주워 연습하던 동포소년 PGA 정상에 서다

등록 2012-02-27 19:36

8차 연장 끝에 앨런비 꺾어
경제적 역경 이겨내고 우뚝
투어 출전권 획득 운도 따라
“지금 일어난 일 믿을수 없다”
존 허,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

“말로 할 수가 없다. 지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미국동포 청년 존 허(22·한국명 허찬수)는 주최 쪽이 마련한 인터뷰에서 꿈을 꾸듯 소감을 말했다. 워낙 ‘잡초과’로 노력도 많이했지만, ‘억세게 좋은 운’도 따랐기 때문이다.

27일(한국시각)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의 엘 카말레온 골프장(파71·6923야드). 피지에이 루키인 존 허는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뒤 8차 연장 접전 끝에 로버트 앨런비(호주)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즌 다섯번째 대회 만의 쾌거로 상금 66만6000달러(7억5200여만원)를 추가했다. 상금랭킹도 30위에서 9위로 뛰면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최경주와 양용은, 앤서니 김, 케빈 나에 이어 한국(계) 선수로는 다섯번째로 피지에이 우승을 맛봤다.

199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존 허는 두살 때 한국으로 역이민와 어린 시절을 보냈고 다시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 시카고로 떠났다. 아버지 허옥식(60)씨의 사업 실패 등 어려움이 겹치면서, 가족들의 미국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런데 존 허의 골프 재능은 어렸을 때부터 탁월했다. 아버지 허씨는 “존이 13살 때 시카고에서 열린 13~18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초청받아 출전한 일본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본격적으로 골프를 하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날씨가 따뜻한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이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골프 실력을 닦기 위해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윙 연습을 했고, 몰래 공을 주워 연습하다 관리원에게 들켜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어려운 생활을 계속하던 존 허는 2008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투어(KGT) 외국인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한국 무대에 진출했다. 경비를 줄이려고 아버지 허씨가 캐디를 맡았는데, 2009년 삼성베네스트오픈 때는 골프 규정에 익숙하지 않은 아버지가 카트를 타고 이동하다 벌타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골프백을 메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역경을 이겨내니 행운이 따르는 모양이다. 2010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를 누르고 우승해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12월 피지에이 퀄리파잉스쿨에서는 극적으로 구제됐다. 27위를 해 25위까지 주어지는 2012년 투어 출전권을 놓치는 듯했으나 앞선 순위의 2명이 네이션와이드(2부) 투어 성적으로 출전권을 받는 바람에 합류했다.

이날 우승에도 행운의 여신이 곁에 있었다. 존 허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7타나 뒤진 공동 13위였지만, 4라운드에선 보기 없이 버디 6개, 이글 2개로 무려 8타를 줄였다. 하지만 아직 경기를 마치지 않은 단독 1위 앨런비에게 2타 차로 뒤졌다. 그런데 앨런비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2타를 잃으면서 연장전 탑승권을 따냈다.


연장 마지막 8번홀(파3)에서는 12~13야드(약 11.5m) 거리의 러프에서 칩샷을 해 홀 근처 80㎝에 붙인 공으로 파를 잡아, 앞서 보기를 기록한 앨런비를 따돌렸다. 1949년 모터시티 오픈에서 11차 연장전이 최장 기록이고, 8차 연장은 1983년 이후 29년 만에 나왔다. 연장 파행진을 벌이며 막판 반전 드라마를 쓴 그는 “투어에서 뛰는 것이 첫번째 목표였는데 이제 우승까지 해냈다”며 기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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