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대항전에 출전한 박인비를 응원하기 위해 골프장에 온 할아버지 박병준(80·왼쪽 둘째)씨가 박인비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동생 인아, 박병준씨, 박인비, 할머니 서영순씨, 어머니 김성자씨.
할아버지 소원 “3대가 함께 골프”
아버지가 10살때 골프 입문 시켜
인비 엄마 “아빠도 만능 스포츠맨”
어제 한-일 대항전 가족15명 응원
MVP 뽑힌 인비에 “대견하지, 뭐”
아버지가 10살때 골프 입문 시켜
인비 엄마 “아빠도 만능 스포츠맨”
어제 한-일 대항전 가족15명 응원
MVP 뽑힌 인비에 “대견하지, 뭐”
“그래, 잘한다. 우리 인비.”
제11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 이틀째 경기가 열린 12일 오전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장 2번홀. 첫홀 보기로 일본의 류 리쓰코(25)에게 한 타 뒤졌던 박인비(24)가 7m 버디 퍼팅을 멋지게 성공시키며 따라가자, 그린 주변에서 친손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박인비의 할아버지 박병준(80) 씨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손녀를 응원한다. 박 씨와 함께 싸늘한 날씨 속에서 흩날리는 비를 맞으며 손녀를 응원하던 서영순(78) 씨의 주름진 얼굴도 순간 환하게 펴진다.
올해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박인비가 상금으로 벌어들인 돈만 35억원. 메인 스폰서도 없이 오직 골프 실력으로만 벌어들였다. 박인비가 미국 투어 23경기, 일본 투어 9경기 등 32경기에 출전했으니 대회 참가 때마다 평균 1억원 이상 벌어들인 셈이다. 박병준 씨의 주변을 보니 박인비의 아버지 박건규(51), 어머니 김성자(50), 여동생 박인아(23)와 박인비의 약혼남 남기협(31)씨와 남씨의 부모 등 모두 15명이 응원단으로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오늘의 인비가 있기까지는 할아버지의 진한 손녀 사랑이 있었습니다.”
10살의 박인비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던 아버지 건규씨는 “젊은 시절부터 사업을 하시며 골프를 치셨던 아버지께서 ‘내 소원이 너와 손녀 등 3대가 함께 골프치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인비를 억지로 골프장에 데리고 갔어요”라고 말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억지로 잡았던 박인비는 골프채를 잡은 지 1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하는 등 골프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인비 아버지가 암벽 등반, 스킨스쿠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골프도 싱글을 치는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어요. 인비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운동 소질은 유전자에 있었나 봐요.” 박인비의 어머니가 멋진 드라이버 샷을 날린 딸을 보며 말을 한다.
올해 엘피지에이(LPGA) 상금왕(228만달러)과 최저타수상(70.21타) 등 2관왕을 차지한 박인비에게 미국 기자들이 붙여준 별명은 ‘조용한 암살자’(사일런트 어새신)이다. 여자 선수 별명치고는 좀 무섭다. 경기 내내 표정의 변화 없이 상대방을 집요하게 제압하는 박인비의 모습에 딱 어울리는 별명이다.
사실 박인비는 버디를 하거나 심지어 우승을 해도 별다른 ‘리액션’이 없다. 요란한 몸짓은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주눅들게 한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탓인지 박인비는 미국과 일본의 골프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다. 함께 치면 타수가 줄어드는 선수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박세리 키즈’로 꼽히는 박인비의 최대 장점은 ‘컴퓨터 퍼팅’. 홀 2~3m에 붙인 공은 거의 한번에 집어넣는다. 좀 긴 퍼팅도 자주 성공시킨다. 박인비는 한 대회에서 22개의 퍼팅만을 하며 우승하기도 했다. 퍼팅을 잘하는 비결이 뭘까? 박인비는 “저는 퍼팅 레슨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남들처럼 공과 홀과의 거리를 발걸음 수로 세지도 않아요. 그날 그린 스피드와 경사도를 살피고 모든 것을 감각에 의지해 퍼팅해요.” 아버지가 살짝 거든다. “인비는 퍼팅할 때 절대 홀을 쳐다보지 않아요. 공과 홀 사이 목표로 한 지점만 보고 공을 밀어냅니다.”
박인비는 3년 전 어머니와 함께 음료수병 제작 회사를 차렸다. 박인비가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3년 만에 연 매출 120억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박인비는 19살 때인 2008년 첫 우승을 유에스오픈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그 뒤 4년간 미국에서 우승 없이 마음고생을 하며 체중도 크게 늘었다. “나름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겠어요. 지금보다 날씬하면 훨씬 인기도 많고 스폰서도 쉽게 붙을 텐데…” 아버지는 다이어트에 고민하는 딸이 안타깝기만 하다.
“내년엔 꼭 세계랭킹 1위에 오를 겁니다. 박세리 언니처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올해 세계 랭킹 4위에 오른 박인비는 이번 한일전에서도 첫날, 둘째날 모두 승리를 거두며 한국이 일본을 제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박인비가 일본 선수를 제치는 과정을 첫 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따라가며 응원한 할아버지 박 씨에게 소감을 묻자, “대견하지, 뭐”라고 간단히 답한다. 할머니 역시 “자랑스럽쥬”라며 수줍게 할아버지를 따라 간다.
부산/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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