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텍사스 슛아웃 역전우승
1.5m 내리막서 끝내기 버디
메인스폰서 계약 체결 임박
1.5m 내리막서 끝내기 버디
메인스폰서 계약 체결 임박
홀까지 거리는 1.5m. 내리막 퍼팅이다. 어지간한 프로도 ‘벌벌 떤다’는 내리막 1.5m. 박인비(25)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넣으면 우승, 못 넣으면 연장전이다.
상대는 세살 어린 신출내기였지만 장신(170㎝)에, 근육질의 몸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아이언 샷이 위협적인 카를로타 시간다(22). 스페인이 숨겨 놓은 최고의 기대주다. 날렵했고, 날카롭고 거세다.
29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어빙에서 막을 내린 노스텍사스 엘피지에이(LPGA) 슛아웃 대회 4라운드. 1타차 뒤진 공동 2위로 시작한 박인비는 예리한 시간다를 노리며 추격전을 시작했다.
시간다는 파5 긴 홀에서 두번째샷을 아이언으로 쳐 공을 그린 위에 올릴 만큼 자신만만했고, 위협적이었다. 시간다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박인비조차 시간다의 강한 기세에 눌렸다. 그러나 역전의 기회를 차분하게 기다렸다. 자신의 별명인 ‘조용한 암살자’에 걸맞게 서두르지 않고 상대가 빈틈을 보이길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다는 박인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도망가는 자와 추격하는 자의 팽팽한 긴장감은 전반 내내 유지됐다. 박인비가 2타를 줄였으나, 시간다 역시 2타를 줄였다.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5)에서도 둘은 경쟁적으로 버디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은 시간다의 편이 아니라 박인비의 편이었다. 도망가던 시간다가 마침내 흔들리기 시작했다. 14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그린 못 미친 곳에 떨어뜨린 뒤 세번째 샷 만에 그린 위에 올린 시간다는 보기를 기록했고, 박인비는 2온에 성공한뒤 2퍼트로 파를 기록하며 시간다를 1타차로 추격했다.
경험이 적은 시간다는 당황했다. 15번홀(파4)에서 시간다는 페어웨이에서 친 두번째 샷이 그린을 넘겨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1벌타를 받고 네번째 샷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시간다는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2타를 잃어버렸다. 박인비는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인비는 흔들림없이 파를 기록하며 마침내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시간다는 마지막홀에서 다시 역전을 노렸다.
시간다는 18번홀(파5)에서 집요하게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두번째 샷을 그린을 넘겨 러프로 공을 보냈으나 3m가량의 버디 퍼트를 넣어 동타를 만든 것이다. 박인비에게 남은 것은 1.5m가량의 내리막 버디 퍼트.
이미 엘피지에이에서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올해 두차례, 통산 5승을 거둔 박인비도 순간 긴장해야 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숨을 깊숙이 들이쉬고, 두 손은 부드럽게 퍼터를 잡고 홀을 향해 공을 밀었고, 공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박인비의 우승을 축해해 주었다. 16살 때 브리티시 아마추어챔피언십을 제패했던 시간다의 엘피지에이 승리 꿈도 날아갔다.
세계 랭킹 1위에 자리잡은 박인비의 시즌 3승이자, 올 시즌 박인비 전성시대를 개막하는 버디 퍼팅이었다.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 그동안 메인 스폰서가 없어 자존심 상했던 박인비는 이제 외모보다 실력으로 메인 스폰서와도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박인비 아버지 박건규(52)씨는 “인비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비(IB)스포츠에서 최근 메인 스폰서십 체결이 임박했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매우 좋은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비와의 메인 스폰서십을 추진하는 회사는 큰 금융그룹으로 알려졌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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