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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한때, 숙박비 없어 고생…이일희, 4년 시련 끝 첫 우승

등록 2013-05-27 16:57수정 2013-05-27 17:08

이일희(25·볼빅)
이일희(25·볼빅)
‘세리 키즈’ 이일희 LPGA 스토리

신지애와 유망주로 주목…미국 진출
생활고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감
볼빅 후원으로 심기일전 우승까지

“맛있는 짜장면 사줄게!”

주말마다 아빠는 딸을 꼬드겨 골프연습장에 데려갔다. 아빠가 연습을 하는 동안, 딸은 깨진 공을 주워다 가지고 놀며 점차 골프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입문한 골프. 2004년 동갑내기 신지애와 함께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는 등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데뷔한 뒤 한번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좌절했다. 최고성적은 준우승만 2회. ‘절친’ 신지애가 투어 우승을 휩쓰는 것을 지켜보며 우승 세리머니를 해주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은 못했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국내에서 우승도 못했는데 무슨 미국이야?” 주위의 반대가 심했지만 과감히 미국여자골프(LPGA) 투어 도전에 나섰다. 2009년 말 퀄리파잉(Q) 스쿨에서는 마지막 날 공동 20위로 탈락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미국의 케노와 벌인 연장전에서 마지막 홀 극적 버디로 조건부 시드권을 확보했다.

마침내 미국 투어에 데뷔한 2010년. 시련이 찾아왔다. 좀처럼 성적은 나오지 않았고, 돈은 바닥났다. 그해 6월 스테이트 팜 클래식 때 호텔 숙박비를 카드로 결제했는데, 잔고가 없어 하루 10달러씩 비용이 추가됐다. “과연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호텔방에 누워 심한 회의에 빠져들었다. 2011년엔 미국생활을 접고 복귀하기 위해 국내 투어 시드전에 응시했다. 그런데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국산 골프공 생산업체인 볼빅의 문경안 회장이 후원자로 나섰다.

다시 힘을 냈다. 2012년 유에스(US)여자오픈에서 당당히 공동 4위에 입상했다. 올해 들어 지난 5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위. 꿈에 그리던 우승이 잡힐 듯 말 듯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26일(현지시각),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발을 들여놓은 지 4년,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우승 감격을 맛보고 펑펑 울었다. 1988년생 용띠로 ‘세리 키즈’인 이일희(25·볼빅)의 스토리다.

이일희는 이날 바하마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오션클럽에서 열린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3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12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폭우로 골프장이 물에 잠겨 3라운드로 축소됐고, 매 라운드 12홀 경기로 치러지는 등 파행을 겪었다.

박인비(25·KB금융그룹), 신지애(25·미래에셋) 등에게 가렸던 이일희가 처음 얻은 값진 트로피였다. 마지막 날 강풍을 뚫고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며 챔피언다운 면모를 보였다. 우승상금 19만5000달러(2억1600만원).

이일희는 경기 뒤 “개인적으로 첫 우승의 의미도 있지만, 국산 볼 볼빅이 한국과 유럽을 넘어 미국 무대에서 태극기를 꽂은 것이 또다른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첫 주자가 돼서 영광”이라며 좋아했다. 볼빅의 노란색 컬러볼(Vista iS Yellow)을 사용한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50야드 남짓.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교과서적인 스윙을 구사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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