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민이 27일 달랏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뒤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제공
베트남서 열린 KLPGA서 첫 우승
동남아에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규 대회. 섭씨 영상 20도가 넘는 서늘한 날씨에 코스 컨디션도 좋았으나, 대회 사흘 내내 강한 바람이 불어 선수들은 애를 먹어야 했다. 해발 1200m 고지에서 열린 대회라 샷의 비거리가 10~15야드씩은 더 나가 선수들은 클럽 선택에도 더 신중을 기해야 했다.
결국 사흘 동안 열전의 최종 승자는 뉴질랜드 유학파 조정민(22·문영그룹)이었다. 그는 강풍 속에서도 안정된 샷을 선보이며 투어 데뷔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한국 이름 고보경·뉴질랜드)와 유학 시절인 2011년과 2012년 뉴질랜드 국가대표를 같이 지내기도 했던 그는 “보경이한테 우승했다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자랑해야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27일 베트남 달랏의 ‘더 달랏 앳(at) 1200 컨트리클럽’(파72·6665야드)에서 열린 2016시즌 두번째 대회인 ‘더 달랏 앳 1200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마지막날 3라운드. 조정민은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2개로 막아내며 3타를 줄여 최종합계 5언더파 211타로 역전우승 드라마를 연출했다. 우승상금 1억원. 그는 3라운드 시작 전까지는 선두에게 5타 뒤진 공동 3위였으나 챔피언조 선수들이 강풍에 무너지는 가운데 거의 흔들리지 않고 20일 전 골프팀을 창단한 소속팀 문영그룹에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7언더파 선두이던 오지현(20·KB금융그룹)과 4언더파 2위이던 지한솔(20·호반건설)은 최종합계 2언더파 214타 공동 2위로 밀려났다. 이번 대회 언더파 스코어로 대회를 마친 선수는 단 3명뿐이었다.
조정민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해 목표는 ‘톱10 피니시율’을 높이는 것이었고, 우승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9살이던 2003년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다가 우연히 골프를 시작했다. 2년 동안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하다가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 입회했고, 2013년부터 투어에 데뷔했다. 2년 동안 1, 2부 투어를 오가는 등 곡절을 겪었으나 지난해 상금랭킹 30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9월 와이티엔(YTN) 볼빅여자오픈 2위가 그동안 최고 성적이었다.
뉴질랜드 유학 뒤 한국으로 돌아온 데 대해 그는 “완벽히 미국 무대 준비가 안 됐고, 한국에 대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투어에 먼저 가고 싶고, 미국 투어도 데뷔하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달랏(베트남)/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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