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75로 오리온스 꺾어
야구로 치자면 9회말 2아웃 만루 상황이 계속된 것과 같다. 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오리온스와 에스케이(SK)의 경기는 시작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두 팀은 20일 오심 논란 이후 그때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2주간 설욕전을 준비해온 오리온스는 승리로 상처를 씻어야 했고, 에스케이는 팀 실력이 평가절하된 명예회복을 해야 했다. 신기성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라고 했다. 결과는 80-75, 에스케이의 승리.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선수들은 1쿼터부터 몸을 불살랐다. 두 팀은 3쿼터까지 에스케이가 59-56, 3점 차로 앞서는 등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골밑 몸싸움도 여러번, 루스볼을 잡으려고 몸을 날리는 등 결승전을 방불케 했다. 2쿼터 시작 2분 김선형이 2득점하며 에스케이가 9점 차까지 달아나자 오리온스가 전태풍과 한호빈의 공격을 앞세워 3분 만에 역전하는 식의 패턴이 반복됐다. 에스케이는 34점, 15튄공잡기, 3도움주기로 맹활약한 헤인즈를 앞세워 외곽보다는 확률 높은 골밑을 공략했고, 오리온스는 김동욱(16점, 2튄공, 3도움)과 전태풍(8점), 이현민(25점, 4튄공, 3도움)의 빠른 농구로 에스케이를 흔들었다. 승패는 의외로 튄공잡기(46-30)에서 갈렸다. 수비에서 앞선 에스케이는 4쿼터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잡으며 주희정의 3점포 등을 앞세워 승기를 가져갔다.
자존심이 걸린 만큼 평소 얌전한 두 감독들의 신경전도 뜨거웠다. 2쿼터 3분55초 뒤 주희정(SK)의 공격 때 코트니 심스(SK)가 리온 윌리엄스(오리온스)를 밀어 공격권이 넘어가자 문경은 감독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항의하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문경은 감독은 “연패에 빠지지 않아 다행이다. 선수들이 잘해줬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모처럼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신기성 해설위원은 “두 팀 모두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5연승을 노리던 엘지(LG)는 인천에서 전자랜드에 62-76으로 지며 공동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3점슛 20개를 시도해 3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하는 등 외곽슛이 터지지 않았다. 한정원이 13점, 5튄공으로 활약한 전자랜드는 2연승을 달리며 공동 5위에서 단독 5위가 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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