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최유리가 27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타고난 스피드에 지칠 줄 모르는 움직임. 몸은 온전치 않았지만, 그의 ‘기어변속’ 활약에 판이 갈렸다.
27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뉴질랜드의 평가전(한국 2-1 승)에서 후반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여자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최유리(27·현대제철) 이야기다.
최유리는 이날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이금민(브라이턴)을 대신해 교체 투입됐고, 이후 상대 자책골(후 14분)로 연결되는 발판 구실을 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낮게 올린 공을 추효주(수원도시공사)가 받아 넣으려 했고, 이를 막으려던 뉴질랜드 선수가 자책골을 기록한 것이다. 이후 임선주(현대제철)가 후반 35분 결승골을 터트려 한국은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후반 시작하며 최유리를 교체 투입한 건 전방에 적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로 한국(18위)에 뒤진다. 내년 1월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뉴질랜드를 불러들인 한국은 상승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적절한 상대를 골랐다.
하지만 여러 명의 선수 교체를 하며 조직적으로 나선 뉴질랜드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경기 내용으로도 전반 25분 재키 핸드가 선제골을 터트리는 등 한국을 앞섰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최유리는 국내 여자축구 WK리그 챔피언전의 최우수선수(MVP)답게 후반에만 출전해 만점 활약을 펼쳤다. 허벅지가 좋지 않았고, 챔피언결정전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됐지만, 경기장에 들어간 뒤 지칠 줄 모르고 뛰는 등 승부욕을 과시했다.
김은숙 현대제철 감독대행은 “워낙 스피드가 좋고, 체력적으로 우수한 선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고 칭찬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최유리가 27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1m67의 최유리는 2014년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고, 올해는 스포츠토토에서 현대제철로 이적하면서 챔피언전 무대에 처음 뛰었다. 특히 현대제철에서 동료 선수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사 능력을 과시하면서 자신감이 크게 올랐다. 경주한수원과의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는 결승골로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쥐는 등 더 강한 탄력을 받고 있다.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도 최유리의 파괴력에 흡족한 표정이다.
대표팀은 30일 오후 7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뉴질랜드와 2차 평가전을 벌인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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