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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최용수 매직 때문에 강원이 들썩입니다”

등록 2021-12-15 16:39수정 2021-12-16 02:01

최용수 강원FC 감독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을 4-1로 누르고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한 뒤 마티야와 포옹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최용수 강원FC 감독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을 4-1로 누르고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한 뒤 마티야와 포옹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축구 대단하죠? 4골이나 넣고 이겼다면서요. 벌써 주위에서 ‘최용수 매직’이라면서 난리입니다.”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강원FC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가 끝난 지난 12일 오후 4시30분께, 강릉종합운동장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운전사는 ‘이런 추운 날씨에 축구를 보러 오셨냐’면서 축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기가 끝난 지 1시간은 됐을까? 경기 뒤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나오는 길인데도, 그는 이미 경기 내용을 줄줄 꿰고 있었다. 주위에서 최용수 강원FC 신임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월드컵 때나 볼 법한 축구 열기였다.

강원도민의 축구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교 축구서도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질 만큼, 축구 열정이 뜨겁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2008년 12월 강원FC가 창단하기 전까지는 뜨거운 열정을 속으로 삭여야 했다. 강원FC 창단은 오랜 꿈의 실현이었고, 도민은 2009년 3월8일 팀의 첫 경기 때 강릉종합운동장 만원 관중인 2만1316명을 채우며 화답했다. 강원FC는 창단 첫해 K리그 시즌 누적 관중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날 경기 때도 도민들의 축구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강원FC는 올 시즌 K리그1 11위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대전에 0-1로 패하며 강등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팬들은 추운 날씨를 뚫고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연령대도 남녀노소 다양했고, 가족 단위로 온 관중도 많았다. 그들은 응원가 정선아리랑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었고, 강원FC가 전반전에 4분 동안 3골을 뽑아내며 잔류 불씨를 틔우자 육성 응원 금지에도 터져 나오는 함성을 참지 못했다. 지난 1년간의 마음고생이 단 한 번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강원FC 이정협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대전 하나시티즌과 경기에서 4-1로 승리해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한 뒤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강원FC 이정협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대전 하나시티즌과 경기에서 4-1로 승리해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한 뒤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강원FC는 도민 구단이다. 도의 예산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염치 불고하고 제가 좀…. 예산 더 주십시오”라고 호소했지만, 내년도 예산은 기존 안인 100억원에서 20억원 삭감된 80억원에 그쳤다. 최용수 감독은 1부리그 잔류 확정 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선수 영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현재 예산으론 쉽지 않다.

물론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짜는 만큼 신중한 집행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더 시급한 쓰임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강원FC의 가치를 단순히 성적으로만 계산하진 말았으면 한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지역 연고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가족과도 공통된 대화 화제를 찾기 어려운 세상에, 경기가 끝난 지 1시간도 안 돼 동네 사람들이 지역 축구팀 경기 결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또한 돈으론 살 수 없다. 강원에선 이미 축구가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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