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EPA 연합뉴스
월드컵 본선까지 12자리가 남아 있는 가운데 유럽에 운명의 밤이 찾아 왔다. 카타르로 향하는 험로에서, 이미 전년도 유로2020 챔피언 이탈리아가 이탈했다. 남은 국가는 폴란드, 스웨덴, 포르투갈, 북마케도니아. 30일 새벽(한국시각) 치러질 두 경기에서 이들의 꿈도 엇갈릴 예정이다.
폴란드와 스웨덴은 30일 폴란드 호주프 실롱스키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B조 결승전을 갖는다. 이긴 팀만 월드컵 본선 티켓을 쥔다. 즉,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바이에른 뮌헨)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41·AC밀란), 두 베테랑 골잡이 중 한 명은 월드컵에서 볼 수 없다.
폴란드의 레반도프스키는 현존 최강의 스트라이커다. 2020년부터 2년 연속 피파(FIFA) 올해의 선수에 뽑혔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만 여섯 번 차지했다. 최근 4시즌은 4연속 득점왕이었다. 이번 시즌도 벌써 31골을 넣으며 2위 패트릭 쉬크(20골)를 11골 차로 따돌렸다.
국가대표 성적도 눈부시다. A매치 통산 128경기 74골, 출장 경기도 득점도 폴란드 역대 1위다. 유럽예선에서는
8경기 8골을 넣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한 활약상이다. 다만 4년 전 첫 월드컵이었던 러시아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지난해 유로2020에서도 조별리그 탈락했다. 그는 마지막 불꽃을 원 없이 태울 무대가 고프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AP 연합뉴스
이브라히모비치는 레반도프스키보다 7살이 더 많다. 마흔을 넘겼지만 스스로 “나는 벤자민 버튼(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과 같다. 늙은 나이로 시작해 젊게 죽는다”고 자부할 만큼 꾸준한 자기관리로 선수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예전보다 부상이 다소 늘었지만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아A에서 18경기 8골을 넣으며 소속팀 AC밀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스웨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120경기에서 62골을 기록한 그는 2016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지난해 복귀했다. 실력만큼이나 화려한 자의식의 소유자인 그는 당시 본인의 트위터에
“신의 귀환”이라고 적으며 복귀를 자축했다.
폴란드는 피파 제재를 당해 탈락한 러시아에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랐고, 스웨덴은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체코를 꺾었다. 지난해 유로2020 조별예선 맞대결에서는 레반도프스키의 멀티골에도 스웨덴이 3-2 승리를 거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EPA 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가 이끄는 포르투갈은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C조 결승에서 북마케도니아를 만난다. 발롱도르 5회 수상을 비롯해 ‘역사상 최고(GOAT)’의 반열에 올라 있는 호날두지만 아직 월드컵 트로피가 없다. 올 시즌 리그 성적도 12골 3도움으로 명성에 비해 아쉽다.
포르투갈은 피파랭킹 8위, 북마케도니아는 67위로 전력 차가 크지만 방심할 수 없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 통산 월드컵 4회 우승국 이탈리아에 2연속 본선진출 실패를 안긴 도깨비팀에게 포르투갈도 제물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북마케도니아는 지난해 3월 독일을 이긴 적도 있다.
레반도프스키, 이브라히모비치, 호날두 모두 지난 10여년간 유럽 축구 정상에 군림했던 선수들이지만 삼십대 중후반에 접어든 나이를 볼 때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공산이 크다. 조국과 자신의 명예를 건 한판 대결이 축구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유럽 예선의 마지막 한 자리를 다투는 웨일스, 우크라이나-스코틀랜드의 경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기됐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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