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등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현지시각)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 아랍에미리트와 경기 뒤 인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도저히 못 보겠다. 자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9일(현지시각) 두바이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10차전 아랍에미리트(UAE)와 경기(0-1패)를 지켜본 한 팬의 반응이다. 한국은 이날 70% 이상의 높은 점유율에도 아랍에미리트의 역습 한방에 무너졌다. 공격의 스피드와 예리함은 떨어졌고, 패스 실책이 잦은 수비진은 상대 침투에 허둥대기 일쑤였다.
10회 연속, 총 11회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7승2무1패)은 이란(8승1무1패)에 이어 조 2위가 됐다. B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본선에 직행했다. 한국은 4월2일 열리는 조 추첨에서 11월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팀과 묶인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벤투호가 월드컵 본선행을 일찍 달성했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한 비난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아랍에미리트와 경기에서 모든 약점이 드러났다. 본선에 대비해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먼저 선수단 운용에서의 문제다. 벤투 감독은 이날 골키퍼에 조현우를 기용해 변화를 주었지만, 선발 필드 플레이어 10명은 지난주 이란전에서와 똑같았다. 최종예선 10경기에서 1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32명인데, 손흥민 등 유럽파를 중심으로 한 15명이 그동안 절반 이상의 경기를 책임졌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현지시각)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은 아랍에미리트전 패배 뒤,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력과 태도 모두 실망스럽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조 1위를 잃어버렸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서울과 두바이를 오가는 등 장거리 이동과 역시차 등으로 엄청난 피로감과 체력난을 겪었을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달리 볼 수도 있다.
선수 기용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면 베스트11의 윤곽은 쉽게 잡힐 수 있다. 하지만 백업 선수 활용도가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팀에 활력을 줄 새로운 선수의 발굴은 경직성을 띠게 된다. 특히 최전방과 측면 윙백 자리에서는 좀 더 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점검해야 한다.
월드컵이 과거와 달리 K리거 선수들의 휴식기인 11~12월에 열리면서 경기 감각 조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유럽파는 시즌 중이어서 몸 상태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월과 9월의 A매치 기간에 예정된 4~6회의 평가전에서는 강팀을 초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단 운영과 빌드업 축구의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월드컵 전에 이뤄질 평가전에는 우리보다 강한 팀을 초청해 적응력을 체크해야 한다. 8개월 뒤에 성장할 선수들도 염두에 두고 K리거를 관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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