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롭(왼쪽) 리버풀 감독과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10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맨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승점 1점차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건곤일척 승부. 지난 4시즌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양분해온 두 감독의 대결은 이번에도 무승부였다. 맨체스터 시티의 페프 과르디올라(51)와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55). 두 감독의 통산
맞대결 전적(9승 5무 9패)은 팽팽하게 유지됐다.
맨시티와 리버풀은 11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리그 순위 1·2위에 올라 있는 두 팀은 승점 1점을 나눠 가지며 맨시티가 74점, 리버풀이 73점으로 1점차 간격을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리그 7라운드 리버풀 안방인 안필드에서도 같은 점수(2-2)로 승부를 보지 못했던 두 팀이었다.
‘미리보는 우승 결정전’으로 기대를 모았던 잔치는 소문만큼 화끈했다. 전반 5분께 케빈 더브라위너의 왼발 중거리 슛이 리버풀 수비수 조엘 마티프의 정강이를 맞고 굴절돼 골대 사각으로 빨려 들어갔다. 선취점을 내준 리버풀은 즉시 전반 12분 반격에 성공했다. 왼쪽 풀백 앤디 로버트슨이 깊게 올린 공을 오른쪽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원터치로 꺾고 공격수 디오구 조타가 마무리지었다. 풀백에서 풀백으로 이어지는 측면 빌드업이 빛났던 작품이었다.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 맨체스터/EPA 연합뉴스
맨시티는 다시 전반 36분께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뚫어내는 가브리에우 제주스의 영리한 움직임으로 추가골을 기록해 리드를 잡았다. 기울어진 균형은 후반전이 시작하고 40여초 만에 복구됐다. 무함마드 살라흐의 대각 침투 패스를 받은 사디오 마네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 양팀은 공격의 고삐를 더 강하게 쥐었다. 치열하게 치고받던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종료를 30초 앞두고 더브라위너가 만들어준 결정적 기회에서 리야드 마레즈가 띄운 슈팅이 골대를 넘어가면서 무승부로 끝났다.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준 양 사령탑은 숨 돌릴 새 없는 우승 레이스에 대한 각오를 다시 드러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가 안방에서 리버풀의 숨통을 틔워줬다”면서 “남은 경기(7경기) 중 한 경기라도 지면 챔피언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클롭 감독 또한 “복싱처럼, 잠시라도 팔을 내리면 묵직한 한방이 들어오고, 간신히 피하면 다른 팀에서 다음 한방이 다가온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두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의 생태계를 바꾼 지배자다. 과르디올라는 2016년 맨시티 부임 후 리그 3회, 리그컵 4회, FA컵 1회 우승을 차지했고, 클롭은 2015년 리버풀을 맡아 리그 1회, 리그컵 1회,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4시즌 동안 세 번은 맨시티, 한 번은 리버풀이 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특히 이번 시즌의 1점차 경쟁은 2018∼2019 시즌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맨시티는 승점 98점으로 우승하고 리버풀은 1점 모자란 97점으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97점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세번째로 높은 승점이었다.
이번 시즌 역시 올해 1월만 해도 맨시티의 무난한 독주가 예상됐다. 당시 승점 14점이 뒤지던 리버풀은 이후 리그에서만 10연승을 일구며 턱 밑까지 맨시티를 쫓아왔다. 이번 에티하드 방문 경기를 뒤집었다면 필살의 추격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과르디올라는 지난 세 달간 승리밖에 모르던 팀을 멈춰세웠다. 리버풀은 이 경기 전까지 모든 대회를 통틀어 20경기 동안 2골 이상 먹힌 적이 없었다.
남은 경기는 7경기, 걸려 있는 승점은 21점이다.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경쟁에서 이탈한다. 리그 밖에서도 피할 수 없는 승부가 마련돼 있다. 맨시티와 리버풀은 당장 오는 15일 FA컵 준결승전을 갖는다. 또 두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 있다. 결과에 따라 5월29일 파리에서 열리는 결승전이 맞대결 무대가 될 수도 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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