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축구는 ‘변화와 개혁’과 담을 쌓으려는가?
24일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곽정환) 이사회에서 이뤄진 새 사무총장 임명 과정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새 총장이 새로울 것 없는 ‘고인 물’이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곽 회장이 김원동 사무국장을 총장 단일후보로 올려놓자 술렁거렸다. 안종복 인천 단장은 “연맹을 새롭게 바꿔 보겠다던 회장님의 열의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곽 회장은 “제가 처음 주재하는 이사회입니다. 밀어주세요”라며 취약한 논리로 가결을 촉구했다.
이에 맞서 한웅수 FC서울 단장, 김광식 대전 단장 등이 “어떻게 우리가 지록위마(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긴다는 뜻)를 좌시할 수 있습니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다른 단장들이 “회장님 뜻을 따르자”며 양보했고, 곽 회장은 “박수로 만장일치 뜻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수를 치는 단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원동 새 총장 임명이 극심한 반발을 부른 것은 그가 ‘위기의 프로축구’를 살릴 적임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 4년간 ‘텅 빈 유상부 회장실’ 시대 때 그는 실세였다. 그러나 이 기간 연맹은 2002 한-일월드컵의 열기를 살려내지 못했다. 구단은 만성적자지만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마케팅 전문가도 아니다. “외부에서 역량있는 사무총장을 공채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그라들고, 청산 대상이 더 큰 중책을 맡게된 연맹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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