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로 첼시 잡고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승부차기 첫 키커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리버풀 부데베인 젠덴(31)과 첼시의 ‘총알’ 아르옌 로번(23). 각각 20세기(젠덴)와 21세기(로번) 네덜란드의 대표 ‘왼발’이었던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오른쪽 구석으로 슛을 날렸지만, 로번의 슛은 문지기 페페 레이나에게 완벽히 읽혔다. 이미 전성기를 지난 젠덴이 물오른 로번보다 앞서있는 건 15년 된 프로경력이 전부인 듯했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팽팽한 승부차기 분위기를 리버풀로 기울게 했다.
2004~2005 시즌 챔피언인 리버풀은 자신감이 넘쳤다. 당시 준결승에서 첼시를 1, 2차전 합계 1-0으로 누른 리버풀은 결승전에서 AC밀란을 맞아 승부차기로 우승컵을 가져갔던 기억이 있다.
라파엘 베니테즈 리버풀 감독은 연장전이 끝나자마자 미리 준비한 듯 승부차기에 나설 선수들의 리스트를 손에 쥐고 있었다. 승부차기 내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
반면, 챔피언스리그 세번의 준결승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첼시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를 2연패한 그들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어둡던 조제 무리뉴 감독은 종료 휘슬이 불고 나서야 선수들의 의사를 묻고 있었다.
리버풀이 2006~200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릴 아테네행 티켓을 먼저 챙겼다. 리버풀은 2일(한국시각) 안방에서 첼시를 맞아 전반 22분 터진 다니엘 아게르의 골로 1, 2차전 합계 1-1을 만든 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4-1 승리를 거둬 2년 만에 우승컵을 노리게 됐다. 리그 선두 맨유와 5점차로 벌어져 트레블 달성이 힘들어진 첼시는 챔피언스리그마저 탈락하며 축구협회(FA)컵에만 전념해야할 처지가 됐다.
“승부차기엔 자신 있었다”고 소감을 밝힌 베니테즈 감독은 리버풀의 ‘12번째 선수’인 안필드의 안방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서포터들의 응원을 들으며 우리 선수들은 열정을 느꼈고, 가슴이 뭉클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며 승리의 기쁨을 토해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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