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0살 이하 월드컵’
청소년축구 인조잔디·돔구장 영향
“공은 둥글다”는 말로만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많다. 둥근 공은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는 대신 강팀이 이길 확률을 높여 놓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2007년 20살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1라운드를 치른 결과 축구 강국들 몸놀림이 신통치 않다.
한국과 같은 조(D)에 속한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브라질은 1일(한국시각) 첫 경기에서 D조 약체로 평가받던 폴란드에 0-1 일격을 당했다. 선수들 개인기에 의존한 브라질은 경고 4개를 받아가며 압박수비를 펼친 폴란드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14개 슈팅을 날렸지만 “각자 혼자서만 플레이를 한다”(조동현 한국팀 감독)는 평가처럼 소득없이 힘만 뺐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E조 아르헨티나도 22개 슛을 날렸지만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한 체코와 득점없이 비겼다.
두 남미 강국이 고전한 반면 청소년축구 강국 C조 포르투갈은 3일 뉴질랜드를 2-0으로 누르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나이지리아도 전날 코스타리카를 1-0으로 누르고 이름값을 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개인기 위주 팀들이 힘든 첫 경기를 펼친 건 현지 운동장 사정과도 관련이 있다. C, D, E조 경기가 주로 열리는 몬트리올 오타와 토론토는 인조잔디. 천연잔디에 비해 훨씬 거칠고 뻑뻑한 느낌이었다. 조동현 감독은 “마치 구름 위를 걷듯 쉽게 피곤해진다”고 했다. 여기에 몬트리올 올림픽스타디움은 밀폐식 돔구장이라 쉽게 건조해지고 경기장 소음이 아래로 깔리는 등 평소 익숙한 개방형 천연잔디구장과 큰 차이가 있다.
1차전 이후 두번째 경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이틀. 해결책을 찾아 선수 11명에 적용하기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의 활용여부에 2차전 승부가 달렸다. 1차전은 수비 조직력이 잘 갖춰진 팀들이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를 거듭하며 조직력을 갖춰가는 남미 강국들이 의외로 빠르게 현지 환경에 적응한다면 상황은 뒤바뀔 수 있다.
몬트리올/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3일 결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