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르는 프로축구〈상〉득점왕 또 외국인선수에게?
“어떻게 한 시즌에 10골 이상 넣는 국내 공격수가 없냐? 나도 공격수였지만,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한해 20~30경기를 뛰면서 득점 상위권에 국내 공격수가 없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탄식도 했다. 프로축구에서 외국인공격수 득세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엔 더 심했다. 정규리그 득점 1~7위까지 모두 외국인이었다. 8위에 가서야 이근호(8골·대구FC) 이름이 간신히 등장한다. 경남FC에서 뛰던 까보레는 ‘득점왕’이 된 뒤 경쟁자가 없던 K리그에 미련을 두지 않은 채 최근 일본프로축구(J리그)로 떠났다.
8일 시작되는 K리그에서도 국내 공격수들은 또 들러리가 되나? “올해는 달라질 것”이란 말로 반격에 나선 스트라이커는 조재진(전북 현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노리다 3년반 만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K리그에서 뛸 당시 4년간 4골에 그쳤지만, 일본에서 113경기 51골을 넣은 조재진은 한국 국가대표 공격수란 달라진 위상으로 K리그에 복귀했다. 조재진이 해외진출을 준비하느라 훈련이 부족했다는 우려가 있지만, 최강희 전북 감독은 “별 문제 없다. K리그 첫 경기부터 출전시킬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주영(FC서울)의 잠자던 골감각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발등통증으로 재활에 매달렸던 그는 최근 동아시아선수권에서 2골을 넣으며 과거의 골감각을 흔들어 깨웠다.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당했지만, 3월 중반 이후 출전이 가능해 지난해 같은 장기결장도 피하게 됐다. K리그 데뷔 첫해 득점 2위에 오른 박주영의 감각이 올해 재현될 지도 관심사다.
안정환(부산 아이파크)의 부활여부는 올 시즌 K리그 최고 이슈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수원 삼성에서 2군을 전전하며 정규리그 무득점에 그친 그는 황선홍 신임감독과 손잡고 “한물간 선수”라는 비아냥을 떨칠 준비를 하고 있다. 체중도 4㎏을 뺐다. 부산은 그가 프로를 시작한 친정팀이고, 2002 한-일월드컵 이전 부산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반지키스 골세리머니를 펼쳐 ‘반지의 제왕’이란 별명을 얻은 인연도 있다. 안정환은 “감독님 말씀처럼 10골은 넣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1998년(13골) 99년(21골) 2000년(10골) 등 10골을 가볍게 넘겼던 그 부산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의 기대를 받고 있는 지난해 신인왕 하태균,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와 염기훈(울산 현대), 부상에서 회복한 김은중과 정조국(이상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주전공격수로 발돋움한 남궁도, ‘허정무호’에 승선한 고기구(전남 드래곤즈) 등도 토종 공격수들의 대표주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합쳐 최다골(19골)을 넣은 데닐손(포항)과 데얀(FC서울) K리그 최고공격수로 꼽히는 모따(성남) 2004년 K리그 최우수선수(MVP) 나드손(수원) 등의 협공을 이겨내야 한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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