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민(22·경남·1m75)
경남FC 괴물신인 등장…“축화전화 불났죠”
조광래 감독, 겨울훈련때 ‘특별과외’ 야심작
조광래 감독, 겨울훈련때 ‘특별과외’ 야심작
“축하전화를 10통 넘게 받았어요.”
경기 다음날. 하루 휴식을 받았지만, 그의 전화기는 가장 바쁜 날이었다. “첫골이 들어갈 때 짜릿했어요. 그 순간 아무 생각도 안나서 경기장에 오신 부모님도 보이지 않았죠.” 그는 “골을 넣고 싶었지만, 2골까지 넣을 줄 나도 몰랐다”고 했다.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의 프로 데뷔전 승리로 떠들썩했던 9일 프로축구 경기. K리그는 낯선 한 선수의 ‘깜짝 등장’에 적잖이 당황해야 했다. 이날 조광래 감독의 경남FC가 대구FC를 4-2로 이겼는데, 서상민(22·경남·1m75)이란 신인이 2골을 넣은 것이다. 신인이 개막전에서 2골을 넣은 건 K리그 26년 역사상 처음이다.
그저 ‘운수 좋은 날’일 뿐인 건 아닐까. 조광래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경기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아주 영리해서 머지않아 국가대표로 뽑힐 날이 올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스위퍼’(최종수비수)로 시작해 현재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서상민은 연세대 3학년 도중 중퇴하고 이번에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 나올 때까지 청소년대표 경력조차 없다. 올 시즌 신인왕 후보에도 박현범(수원) 이승렬(FC서울) 등이 거론됐을 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조 감독은 “2선에서 침투하는 움직임이 아주 좋다”고 했다. 조 감독이 ‘물건’ 하나 만들 생각으로 겨울훈련 때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 선수가 서상민이라는 게 경남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상민은 “아버지가 하루하루 노동일을 하시는데 집에 도움을 드리려고 학교를 중퇴하고 프로에 왔다. 첫 월급을 보내드렸더니, 어머니가 ‘잘 커줘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두분께 반지도 맞춰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더 큰 선물도 준비하고 있었다. “근력과 체력을 더 보완해야 하는데, 올해 열심히 해서 꼭 신인왕을 타고 싶다.” 1경기 치르고 득점 1위이니, 신인들 중엔 가장 좋은 출발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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