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37). 사진 전북 현대 제공
26년 정든 옷 훌훌…15일 은퇴식
이제는 지도자꿈 7월 브라질로
이제는 지도자꿈 7월 브라질로
‘붕대 투혼’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 상대와 부딪혀 오른 눈가가 찢어진 뒤 붕대로 쏟아지는 피를 짓누르며 뛰었던 국가대표 수비수 최진철(37). 스위스전에서 진 후 생애 마지막 월드컵을 마친 최진철이 계속 눈물을 흘려 의료진이 눈가를 꿰매기 힘들었다는 얘기가 축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꿰매는 게 너무 아파서 울었다”며 웃는 그는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 FC서울과의 K리그에서 그 날의 영상을 보며 공식 은퇴식을 갖는다. 11살부터 입은 유니폼을 26년 만에 벗는 것이다. 12년간 전북 현대에서만 312경기에 출전한 그는 “전북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맨먼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 폴란드전 첫 승, 경기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링거를 맞을 정도였던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스페인과의 8강전, 2006년 전북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던 것들이 가슴에 남아 있다”고 했다. 그를 ‘대기만성형 스타’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기억하는 이 경기들이 모두 30살 이후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장신 공격수로 활약하다 숭실대에서 뒤늦게 수비수로 전향해 월드컵 2회 연속 대표팀 수비진을 꿰찬 것도 드문 경우다.
지난해 말 소속팀으로부터 은퇴를 권유받은 그는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처음엔 아내가 나 이상으로 아파했다. K리그에서 우승 한번 못한 게 아쉬운데 지도자가 돼 우승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 꿈을 위해 지도자 준비를 하고 있다. 3급 지도자 과정을 마친 그는 오는 5월 2급 지도자 수업을 받는다. 일주일에 사흘은 전주에서 유소년축구교실, 이틀은 완주에서 방과후 특기수업을 통해 아이들도 가르친다. 이 와중에 숭실대 대학원에서 생활체육학 석사과정 수업도 듣고 있으니 일주일이 모자랄 정도다.
오는 7월 브라질과 네덜란드로 1년 축구연수를 떠나는 그는 “지금 하는 공부들은 좋은 지도자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은퇴식에서 11개의 사인 축구공을 발로 차 팬들에게 선물한다. 축구선수 최진철이 보여주는 마지막 슈팅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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