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토트넘·왼쪽), 설기현(풀럼·오른쪽). 사진 김진수 기자
이영표·설기현 8경기째 못봐
박지성·김두현도 출장 ‘가물’
박지성·김두현도 출장 ‘가물’
“(이렇게 오래 결장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지만, 20년 가까이 축구하면서 나 때문에 벤치에 앉은 선수들도 있었을테니 불만은 없다. 이런 건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영표(토트넘)는 남북전을 뛰기 위해 23일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뒤 주전경쟁에서 밀려있는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남북전에 참가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럼) 김두현(웨스트 브로미치) 등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는 다른 동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4명 모두 대표팀 합류 직전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상하이로 넘어온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영표와 설기현은 프리미어리그 8경기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붙박이 주전처럼 뛴 이영표는 지난달 토트넘이 칼링컵에서 우승하는 경기에도 정장을 입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봐야 할 정도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기존 수비수 파스칼 심봉다 뿐 아니라, 올초 겨울 이적시장에서 새로 입단한 수비수들에게 자리를 뺏겼다. 설기현도 1군 명단에 아예 오르지 못한 채 2군경기에 출전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설기현은 소속팀 풀럼까지 2부리그 강등권인 19위로 처져 있어 자칫 다음 시즌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지 못할 위기까지 맞고 있다.
박지성도 최근 2경기 연속 결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 주말 리버풀전에선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인 포르투갈 출신 루이스 나니가 골을 넣은 뒤 공중제비 골세리머니까지 펼치며 박지성을 압박했다. 무릎수술 탓에 지난해 12월 그라운드에 복귀한 박지성은 7경기를 남겨둔 이번 시즌에 고작 7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 리그 1위인 맨유가 우승을 해도 박지성이 우승메달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우승메달은 최소 시즌 10경기에 나온 선수에게만 주어진다.
2부리그(챔피언십)에서 뛰는 김두현은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 가능성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만, 출장은 둘쭉날쭉한 상태다. 소속팀 웨스트 브로미치는 현재 2부리그 5위이지만, 1위보다 2경기를 덜 치른 현재 승점이 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2부리그 1·2위는 프리미어리그로 자동 승격하며, 3~6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 최종 승자 한 팀이 1부 승격권을 얻는다. 2부리그 막판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김두현은 지난 22일 찰턴전에 결장하며 ‘교체선수’ 신분에 머물러 있다.
26일 남북전을 끝낸 4명은 27일 같은 비행기로 영국으로 떠난다. ‘허정무호’ 주전인 이들이 이번 주말 잉글랜드 리그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야 주전경쟁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상하이/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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