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신영록(왼쪽)이 13일 K리그 FC서울과의 경기 후반 6분 중거리 선제결승골을 넣은 뒤 차범근 감독을 껴안고 있다. 연합뉴스
차범근 감독, 주장 나이별 여러명 뽑게해
선수들 의견 수용…젊은피 기살리기 효과
선수들 의견 수용…젊은피 기살리기 효과
신영록(21·수원 삼성)이 13일 FC서울전에서 선제골을 넣더니, 차범근 감독의 품으로 달려갔다. 신영록은 올 초 그 품을 떠나려고 했다. 신영록의 눈엔 출전기회를 잘 주지않는 차 감독이 냉정한 지도자로 비쳤다. 그건 수원을 등진 다른 선수들의 생각과도 비슷하다.
차 감독은 ‘1등 선수’로 지냈던 자신이 그랬듯 제자들도 “최고의 열정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빈 틈 없는 차 감독의 ‘1등주의’는 선수들을 갑갑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의 ‘엘리트주의’엔 기다려주는 넉넉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차 감독이 부모까지 만나 설득하며 신영록을 붙잡았다. 차 감독은 그동안 신영록의 골문 앞 감각이 젊은 시절 자신보다 낫다고 여겼지만, 이런 자신의 생각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선임 주장(송종국) 외에 20대 중후반(곽희주), 20대 초반(하태균) 등 연령별 주장제까지 도입했다. 같은 나이대 주장에게 과감히 의견을 낸 선수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신호였다. 주장도 선수들이 직접 뽑게 했다.
귀를 연 ‘차붐’의 ‘1등주의’가 올시즌 수원의 7경기 무패(6승1무) 신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원은 현재 정규리그 1위(4승1무), 컵대회 A조 1위(2승)다. 최다득점(16점)-최소실점(2점)이니 ‘브레이크없는 질주’는 당연한 결과다. 16골 중 10골을 후반에 넣을 만큼 후반 집중력도 돋보였다.
팀을 떠나려 했으나, 13일 FC서울전에서 2골을 넣어 시즌 3골(1도움)을 기록한 신영록은 “열심히 하라는 감독님의 믿음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손을 내민 감독의 변화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내기들인 박현범(6경기·1골1도움)과 조용태(7경기·1골2도움)도 고비마다 공격포인트를 보태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게 팀 분위기를 만든 힘으로 보인다. 여기에 브라질 출신 에두가 5골3도움으로 수원의 화력을 키우고 있다. 차 감독이 오른쪽 풀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꾼 조원희도 김남일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저돌적인 조원희의 플레이 특성상 바뀐 포지션이 더 낫다”는 평가가 많다. 아시안컵 음주파문으로 대표팀 1년 자격정지를 받은 수문장 이운재는 파문 직후 재계약의 신뢰를 보낸 구단과 감독에게 7경기 중 6경기 무실점 방어를 보여주고 있다. ‘마토-이정수-곽희주’로 이어지는 수비진은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한다.
지난해보다 더욱 찰진 응집력을 보여주는 수원의 무패가도는 언제까지 갈까. 수원은 16일 황선홍 감독과 안정환이 버틴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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