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35·수원 삼성)
음주파문 딛고 올 시즌 8경기 중 7경기 무실점…최소실점률 1위
이운재(35·수원 삼성)는 두 딸(6살·4살)에 이어 최근 막둥이를 얻었다. “아내가 임신 10주인데, 셋째가 11월에 태어난데요.” 그때면 프로축구 정규리그 1위도 결정된다. 막내에게 우승을 선물하겠다는 아빠의 바람은 지나친 소망은 아닌 듯 보인다.
이운재는 셋째를 “복덩이”라 불렀는데, 요즘 팀의 8경기 무패(7승1무)행진을 이끄는 그의 활약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이운재는 올 시즌 8경기 중 7경기에서 ‘무실점 방어’를 했다. 시즌 두번째 경기인 성남 일화전에서만 2골을 내줬고, 이후 6경기 연속 골문에 자물쇠를 꽁꽁 잠갔다. 경기당 실점률은 ‘0.25골’. 14개팀 주전수문장 중 최소실점률 1위다. 8경기에서 골문으로 향한 40개 유효슈팅이 번번히 그의 ‘거미손’에 걸려들었다.
16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3-0으로 이긴 뒤 수원 관계자는 “운재가 지난해 10월 아시안컵 음주파문으로 대표팀 1년 자격정지를 얻어 맘고생을 했지만, 올해는 그것이 보약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운재는 무실점의 힘을 묻자, “내가 근신 중이라서…”라며 조심스러워했지만, 본인조차 “프로에 와서 이렇게 계속 무실점 방어를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 혼자 잘해서라기보다 모든 선수들이 자기를 버리고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또 겨울훈련 때 수비조직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훈련한 덕분”이라고 했다.
자신을 낮췄지만, 차범근 감독은 “남해 전지훈련 때 몇몇 선수만 하는 새벽 달리기 훈련 때도 운재가 나와 의욕적으로 했다”며 칭찬했다. 수원 관계자도 “이운재가 매 경기 결정적인 슛 몇 개를 막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후방 저지선인 이운재를 중심으로 한 수원의 수비진은 지난해보다 견고해졌다는 평가다. 차 감독도 “우리라고 왜 구멍이 없겠냐마는 이정수한테 구멍이 생기면, 곽희주가 채우고, 곽희주한테 구멍이 나면 이운재가 막는 등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신뢰하는 게 무실점의 힘”이라고 했다.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K리그에서 명예를 되찾고 있는 이운재는 “지난해 국가대표로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늘 죄송스러운데 프로축구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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