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숨진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의 며느리와 손자의 영정이 놓여있던 지난 8일 장례식장. 영국에 있는 김두현 등이 보낸 수많은 근조화환이 노(老)감독의 슬픔을 달랬다. 그러나 땅이 무너져내린 듯한 슬픔 때문인지 김 감독의 표정은 내내 무거웠다.
동래고 졸업이 학력 전부인 그는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이 득세하는 축구계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야인’으로 살아왔다. 청소년대표 시절 공항 활주로에 공이 떨어지자, 대학에 가지않은 선수들만 공을 줍게했다던 옛일을 떠올리곤 했던 그는 오직 실력으로 승부해 국가대표와 1994 미국월드컵 대표팀 감독까지 지내는 끈기를 보여줬다. “수많은 세월 속을 말없이 살아온 너”로 이어지는 노래 ‘외길’을 즐겨부르는 그가 한국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감독 개인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이여성의 골로 앞서다 후반 18분 페널티킥을 내준 뒤 후반 45분34초가 흘렀을 때만 해도 200승은 또 미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때 이성운이 김민수의 도움을 받아 오른발로 툭 찬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이여성의 첫 골이 들어갔을 때 담담한 표정으로 지켜봤던 김 감독도 이때만큼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2001년 프로입단 후 한골도 넣지못했던 이성운은 8년 만에 이룬 프로 데뷔골이 감독에게 안기는 200승 축하골이 됐다.
11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부산과 대전의 경기. 199승 뒤 2연패를 당하며 아홉수에 묶여있던 김호 감독이 2-1로 이기며 200승 고지를 밟았다. 1988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 감독을 시작해 2003년 수원 삼성을 끝으로 지휘봉을 놓은 뒤 지난해 대전으로 복귀한 김 감독이 프로 사령탑 20년 만에 이룬 값진 결과다. 늘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던 네 살 손자를 먼저 하늘로 보낸 직후 200승을 이룬 것이 김 감독으로선 한없이 통탄스러운 일일 것이다. 대전은 이날 승리로 13위에서 10위(2승3무4패)로 뛰어올랐다. 반면, 부산은 K리그 8경기 무승 (3무5패)의 침체에 빠졌다.
FC서울은 인천 유나이티드를 2-1로 누르고, 리그 4경기 무패(2승2무)를 이어갔다. 포항 스틸러스도 컵대회 포함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전날 열린 경기에선 수원 삼성이 서동현의 2골로 대구FC를 3-2로 꺾고 13경기 무패(11승2무)를 달렸다. 수원은 정규리그 순위에서 2위 성남 일화(승점 18·5승3무1패)를 크게 제치고 단독 1위(승점 25·8승1무)를 굳게 지켰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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