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오른쪽)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4일 오전 축구협회에서 열린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간의 회의에서 월드컵 3차예선 분석자료를 보고 있다. 이 회의 뒤 기술위원들은 사퇴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이영무 위원장 “3차예선 등 팬들 기대 못미쳐”
협회 “전력차질 우려 내주 새 기술위원 선임”
협회 “전력차질 우려 내주 새 기술위원 선임”
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이 총사퇴했다.
이영무 협회 기술위원장은 4일 “2005년 말부터 2년 7개월간 기술위원회를 이끌며 열심히 했지만 이번 월드컵 3차예선 등에서 팬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을 잘 보좌하지 못한 것 같아 책임감을 느끼며 나를 포함한 기술위원들이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술위원회는 2006 독일월드컵이 끝난 뒤 대표팀과 세계축구 흐름에 대한 전력분석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지난해 7월 핌 베어벡 감독이 사임했을 때도 감독을 뽑고 대표팀 전력을 지원하는 기술위가 동반사퇴해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이 물러난 이후 유능한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겠다고 장담했으나, 접촉한 감독들이 모두 고개를 흔들자 서둘러 허정무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기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축구계에선 “기술위와 협회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국내 감독이 ‘꿩 대신 닭’ 신세로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럴 때마다 버티기를 했으나, 결국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3차예선에서 ‘허정무호’가 답답한 경기를 펼치자 자리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날 기술위 회의에서 위원들은 3차예선 경기를 놓고 2시간여 동안 ‘허정무호’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코치진과의 대화를 통해 이런 부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기술위원들은 공수전환이 느리며,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한 긍정적인 면 뒤엔 여러 선수들이 들락날락한 탓에 경기력에서 일관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요즘 프로축구에서 골감각이 좋은 신영록과 서동현(이상 수원) 등 젊은 골잡이들이 있는데도 지나치게 박주영(FC서울)에 의존했다고 얘기했다. 박주영은 이번 3차예선에서 페널티킥으로만 두 골을 넣었다. 기술위원들은 5월31일 요르단전에서 감독의 선수교체 시점도 적절하지 않아 2-0으로 이기다 2-2로 비겼다고 되짚었다.
그러나 이영무 위원장은 “허 감독과의 소통엔 문제가 없었다. 3차예선에선 허 감독이 다양한 전술을 실험한 만큼 최종예선은 선수의 정예화로 나선다면 잘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보냈다.
유영철 협회 홍보국장은 기술위 공백으로 올림픽과 월드컵 최종예선 상대팀 전력분석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을 우려해, “다음 주 중으로 기술위원을 선임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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