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그 AS모나코의 박주영이 14일 오전(한국 시각) 홈구장인 루이 2세 경기장에서 열린 FC로리앙과의 경기에서 동료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P=연합)
1부리그 데뷔전서 1골 1도움, 팀 완승 주역
그물수비 뚫고 슛·킬패스…‘최고선수’ 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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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박주영(23·AS모나코)을 바라보는 우려는 크게 두 가지였다. ‘언론기피증’이 그 하나였다. 훈련할 땐 누구보다 활발한 선수가 카메라를 피해 다녔고, 간신히 카메라 앞에 불러세우면 웃음을 싹 지웠기 때문이다. 박성화 올림픽팀 감독도 “자신에게 쏠리는 언론 탓에 동료들에게 방해를 줄까봐 그런 것 같은데, 주영이가 자기 보호막을 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시선에 대한 지나친 경계가 그라운드에서 위축감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축구계에선 적지 않았다. 골을 넣지 못하면, 부담감에 짓눌려 침체가 길어지는 후유증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박주영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청소년대표부터 ‘축구천재’로 불렸고, 프로축구 신인왕, 국가대표, 광고모델 등 어린 나이에 국내에서 많은 것을 손에 쥔 박주영에게 더 큰 자극과 도전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이 “주영이가 빨리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국내에서의 부담감에서 비껴나 유럽으로 나간 박주영이 데뷔전부터 펄펄 날았다. 박주영은 14일 새벽 모나코에서 열린 프랑스 1부리그 5라운드 FC로리앙과의 안방경기에서 1골1도움으로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전반 26분 오프사이드 함정을 뚫는 동료의 긴 패스를 허벅지로 멈춰세워 드리블한 뒤 1대1로 맞선 골키퍼가 각도를 좁혀오자 오른발슛으로 첫 골을 넣었다. 후반 26분엔 최종수비를 허무는 스루패스로 동료의 추가골을 도왔다. 에이스 공격수 상징인 등번호 ‘10번’을 주고, 한국팬과의 고별인사까지 막으며 바로 팀훈련에 합류시켜 입단 12일 만에 ‘원톱’으로 선발출전시킨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것이다. 박주영은 후반 34분 프레디 아두(미국)와 교체돼 나왔다.
히카르두 AS모나코 감독은 “박주영이 오늘 경기 최우수선수(MVP)다. 그간 지켜보니 팀에 중요한 선수가 될 거라 확신했다”고 칭찬했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는 박주영에게 두팀 최고평점 ‘7점’을 줬고, 축구 전문 매체 <맥시풋>은 5라운드 전체경기 ‘최고선수’로 박주영을 뽑았다. 첫 경기부터 박주영의 ‘기술축구’가 프랑스 ‘기술축구’에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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