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23명 모두 ‘국내파’
중위권 ‘튼실’ 경쟁력 ‘쑥쑥’
경기당 관중 4만명 ‘인기’
유럽 빅리그 판도변화 예고
중위권 ‘튼실’ 경쟁력 ‘쑥쑥’
경기당 관중 4만명 ‘인기’
유럽 빅리그 판도변화 예고
2010 남아공월드컵 ‘독일 돌풍’의 바탕에는 분데스리가의 내실이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2009~2010 평균관중은 4만2000여명이다. 이는 국내 팬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3만4000여명)를 뛰어넘으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2만7500여명) 및 이탈리아 세리에A(2만4000여명)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분데스리가의 관중은 2008~2009 시즌 처음으로 평균 4만명을 돌파해, 관중 감소가 시급한 문제가 된 다른 빅리그 사정과는 대조적이다.
영국의 딜로이트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부자클럽 ‘톱 10’에 드는 분데스리가 구단은 바이에른 뮌헨이 유일하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면에서는 유럽 클럽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분데스리가의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와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등 극소수다. 무리한 선수 영입으로 인건비 지출이 65%에 이르는 등 부실한 재정운영으로 적자가 발등의 불인 레알 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외화내빈 구단과 비교된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세계경제 위기를 계기로 지난해 ‘재정의 페어플레이’ 개념을 만들었다. 2012년부터 각 클럽에 적용될 규정의 핵심은 ‘수입의 규모 안에서만 지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선수 연봉을 지급하느라 부채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러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구단들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클럽 규제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분데스리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선수 영입 촉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독일 동포 2세인 스포츠 에이전트 마쿠스 한(39)은 “상층부 몇 팀만 화려한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분데스리가는 중간층 팀들이 튼실하다”며 “하위권 팀이 약하지 않고, 상위권 팀을 잡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월드컵대표팀을 구성하는 23명의 선수 모두가 분데스리가 출신이지만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라는 초호화 팀을 맞아 8골을 폭발시킨 화력은 이들의 힘을 대변한다. 마쿠스 한은 “보수나 인기 등 환경 측면에서 분데스리가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독일 축구협회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우승 뒤 침체됐던 축구를 탈바꿈하기 위해 99년 개혁을 선언했다. 전국에 10~17살 유소년교육센터 121곳을 건설하고 분데스리가 1·2부리그 36개 팀에 의무적으로 유소년팀을 두게 했다. 이들은 이번 월드컵대표팀의 중심이 됐다. 또 ‘독일인 부모에게서, 독일에서 태어난 사람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애 다인종 대표팀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이번 대표팀 23명 가운데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 루카스 포돌스키(쾰른), 메수트 외질(베르더 브레멘) 등 11명이 외국계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독일 축구를 보는 세계의 시각이 달라졌다. 외질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바이에른 뮌헨) 등은 빅클럽의 스카우트 열풍에 휩싸이게 됐다. 리그 운영과 인기, 실력에서 분데스리가는 유럽 빅4에서 빅3로의 진입이 유력하다. 90년대 이후 퇴조했던 분데스리가의 인기가 20년 만에 부활할 조짐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2009~2010 시즌 유럽 빅리그 평균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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