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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아·두현아…무명감독 ‘칭찬의 힘’

등록 2010-07-22 21:36

수원 삼성 윤성효 감독
수원 삼성 윤성효 감독
[36.5℃] 수원 삼성 윤성효 감독
중도사퇴 차붐 이어 지휘봉
이름 부르며 용기 북돋으니
처져있던 선수들 승리 보답
“축구인생 이제 다시 시작”

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한창 들떠 있던 지난달 15일. 국내 프로축구에서 깜짝 놀랄 소식이 나왔다. 수원 삼성이 김호, 차범근에 이어 3대 감독으로 무명의 윤성효(48)를 선택한 것. 사실 전임 차범근 <에스비에스>(SBS) 월드컵 해설위원이 바닥을 기는 팀을 나와 해설을 위해 남아공으로 훌쩍 떠나버렸을 때만 해도, 특급 외국인 감독 등 이름값 있는 지도자를 후임으로 정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수원의 선택은 뜻밖이었다. 당시 숭실대 감독을 맡고 있던 그는 대표 경력이 없는데다 축구에 꽤 관심이 있는 팬이 아니고서는 이름조차 낯설다. 스타와는 거리가 먼 축구인생을 살아온 그가 스타들이 즐비한 수원의 사령탑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동래고와 연세대를 거쳐 1986년 프로에 입성한 윤성효 감독은 한일은행, 포철, 대우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오가며 활약했다. 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합류한 뒤 4년 동안 푸른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2000년부터는 지도자로 변신해 수원의 2군 코치를 지냈다.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그의 축구인생은 지도자길에 올라선 뒤 더 활짝 피었다. 2004년 숭실대 감독에 부임해 5년 동안 9개 대회 우승을 이루며 대학 최고의 명장으로 올라섰다. 결국 수원은 이름값보다는 대학 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된 윤성효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산 셈이다. 그의 발탁을 두고 안기헌 수원 단장은 “평범해 보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장악력을 가진 친구”라며 “스타 출신 감독 이상으로 큰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쯤 걸리는 경기 화성시 수원의 전용구장 ‘클럽하우스’에서 20일 오후 윤성효 감독을 만났다.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었다. 30도를 웃도는 기온 탓에 오후 훈련을 30분가량 늦추고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윤 감독은 얼굴에 ‘썬블록 크림’을 잔뜩 바른 채였다. 거무스름한 피부에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체구. 큰 키는 아니었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묘한 카리스마를 동반하고 있었다. 그는 구단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고서는 “순간 멍했다”고 말했다. “사실 저도 뜻밖이었거든요. 수원이 명문 구단인 만큼 솔직히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그가 수원의 지휘봉을 잡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침체된 팀 분위기를 되살리는 일이었다. “선수들을 만나보니 팀이 꽤 처져 있더군요. 의지, 투지 같은 게 보이지 않았어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수들 이름을 불러주며 좋은 점부터 칭찬해주기 시작했죠.” 윤 감독은 21일 수원시청과의 축구협회(FA)컵 16강전이 끝난 뒤에도 백지훈, 이상호, 김두현 등 선수 한명 한명의 등을 두드려주며 칭찬해주기에 바빴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을 추게 한다고 했던가.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지 한 달 남짓. 전반기 최악의 부진에 빠져 바닥을 헤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섰다. 수원은 후반기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정규리그 13라운드에서 대구FC를 꺾고 전반기 꼴찌에서 11위로 도약했다. 리그컵은 4강, FA컵은 8강에 올랐다. 물론, 일부에서는 수원의 선전을 감독 교체 뒤 나타나는 일시적인 효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맞지만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성효 감독도 이런 지적을 잘 알고 있을 터. “1승, 1승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내용입니다. 전반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선수들이 수원 축구에서 사라졌던, 투지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장기적으론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과 같은 스타일의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스페인처럼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 운영이 제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입니다. 제 축구 인생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갈 길이 멀었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포함해서 저희 팀에 점수를 준다면 아직은 60~70점입니다. 나머지는 앞으로 저와 선수들이 노력해서 채워가야 할 점수입니다.”

글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윤성효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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