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요한이나 일록이는 (몸이) 약한 애들이라….”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힘과 높이를 활용하는 이란 축구의 스타일을 강조하면서 경기 전날 이렇게 말했다. 최 감독은 “우리도 힘있는 축구를 할 수 있다”며 기자회견장에 차두리를 데리고 나왔다. “단순한 클럽대항전 이상의 경기다. 국가대항전 성격이 짙다”며 ‘복수혈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두껑을 열어보니 최 감독의 카드는 고요한과 윤일록이 보여준 스피드였다. 에스테글랄의 힘과 높이는 서울의 스피드와 조직력에 번번이 무너졌다.
FC서울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데얀과 고요한의 연속골을 앞세워 이란 에스테글랄에 2-0 완승을 거뒀다. 서울은 이날 승리로 새달 3일(한국시각)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원정 2차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었다. 2차전에서 에스테글랄에 비기거나 한골 차로 지더라도 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수비 위주로 맞선 에스테글랄에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하던 서울의 구세주는 역시 골잡이 데얀이었다. 데얀은 전반 39분 고요한의 크로스에 이은 몰리나의 헤딩슛이 골키퍼 손을 맞고 튀어나오자 머리를 갖다대 첫 골을 터뜨렸다.
에스테글랄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세를 시작했으나 골은 그 빈틈을 노린 서울이 뽑았다. 후반 2분 윤일록이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올린 크로스를 윤일록이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강한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은 두 골 차 리드를 잡은 뒤에도 추가 득점을 위한 공세를 이어나갔고 후반 들어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에스테글랄을 상대로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으나 더 이상 골을 터뜨리진 못했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출전한 고요한은 후반 34분에도 몰리나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으나 헤딩슛이 아쉽게 골문을 빗겨났다. 에스테글랄 선수들은 긴 비행과 시차적응에 지친 듯 2골을 내준 뒤에도 이렇다 할 위협적인 슈팅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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