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할 때가 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이영표(36·밴쿠버 화이트캡스 FC)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영표는 20일(한국시각) 열린 2013 미국 메이저리그사커(NLD) 33라운드 콜로라도 라피즈와의 원전경기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뛰었다. 팀은 접전 끝에 2-3으로 역전패했고 이날 패배로 서부 컨퍼런스에 속한 밴쿠버는 남은 최종 라운드 결과에 상관없이 5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이영표는 오는 28일 안방에서 콜로라도와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영표는 시즌 전부터 올해를 끝으로 은퇴 의사를 밝혀왔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렸던 33라운드를 앞두고도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이영표는 1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나에게 남은 두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언젠가는 멈춰야 할 때가 있다. 내게도 그런 때가 왔다”는 말로 은퇴 결심을 재확인했다.
2000년 안양 엘지 치타스(현 FC 서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영표는 2002년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2005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2008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2009년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거쳐 지난해 밴쿠버까지 6개국 리그를 거쳤다.
원래 오른발잡이지만 왼발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주로 왼쪽 측면 수비수로 뛰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왼쪽 측면 수비수로 뛰며 이탈리아(16강전)와 포르투갈(예선 3차전)을 침묵시킨 안정환, 박지성의 결승골을 도왔다. 모두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였다.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네덜란드로 이적하면서 축구 인생의 꽃을 피웠다.
2012년 30대 중반의 나이에 밴쿠버로 이적한 뒤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주전 멤버로 2년 동안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 출장한 33경기에 모두 선발로 뛰었고, 올 시즌에도 31경기(선발 29경기)에 나가 2658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3골·6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당 85분을 뛴 셈이다. 마틴 레니 밴쿠버 감독은 “이영표는 올 시즌에도 팀과 자신을 위해서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그는 솔선수범했으며 사람들은 그를 존경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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