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은퇴 기자회견
‘영원한 꾀돌이’ 이영표(37)가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7년간의 선수생활을 접는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이영표는 선수생활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스스로에게 훌륭한 선수가 아니어서 80점, 그러나 축구를 즐겼다는 데 100점을 준다”고 했다. 축구를 즐겼기 때문에 남들이 뭐라 하든 홀로 개인기를 닦아 한국 최고의 재간둥이 선수가 됐고, 팬들을 즐겁게 했을 것이다.
15일 한국과 스위스의 평가전에서 은퇴식을 하는 이영표는 6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해왔다. 그는 “주변 동료나 감독, 클럽에서는 왜 은퇴하려고 하느냐고 했지만 이미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에서 느낄 때는 늦는다. 내가 느낄 때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축구의 즐거움을 더는 느낄 수 없다는 게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정직했기에 아쉬움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은퇴하면 좋은 일은 무엇일까. 이영표는 “매일같이 찾아오는 육신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기 싫어도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늘 있다. 이전에는 선택권 없이 인내해왔는데 지금은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역대 최고의 왼쪽 윙백 이영표는 “2000년대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수비 불안이었고 제가 그 중심에 있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저 때문에 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겸손하게 말했다. 이영표는 “시간이 지난 뒤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과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게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표는 캐나다에서 3년 정도 공부를 할 계획이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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